"공실 늘고 빚 쌓여도 속수무책" 레버리지 늪에 빠진 건물주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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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늘고 빚 쌓여도 속수무책" 레버리지 늪에 빠진 건물주의 비명

르데스크 2025-02-05 11:49: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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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 시절 광풍을 일으켰던 부동산 차입 투자(이하 레버리지)의 후폭풍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돈을 가지고 건물을 매입해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누리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공실과 빚에 허덕이면서도 임대료조차 못 내리는 '빌딩푸어'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빚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간과한 '레버리지 착시' 효과의 비참한 결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 하면 바보" 소리 듣던 레버리지 투자, 고금리·경기침체 여파에 빚더미 부메랑

 

'레버리지(leverage)'는 타인이나 금융기관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투자 기법이다. 쉽게 말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100원을 주고 산 물건의 가치가 200원이 됐을 때 최초 자기 자본 100원을 들여 매입했다면 수익률은 2배가 된다. 반면 자기자본 10원에 타인자본 90원을 들여 매입했다면 자기 자본 이익률은 20배로 급증한다. 단순 수익률만 따졌을 때 무려 10배가 차이나는 셈이다.

 

자본시장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투자 방식 중 하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호황기가 맞물렸던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빌딩이나 건물, 아파트 등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너도나도 최대한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기 바빴다. 유동성 확대 기조에 기인한 저금리로 최대 리스크인 빚 부담까지 줄어든 탓에 레버리지는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빚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고위험 투자'로 평가되는 '레버리지'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실제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를 시도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금리 인상 기조의 장기화 여파로 극심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세 하락 곡선도 가팔라졌고 대규모 공실 사태까지 현실화되면서 임대 수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빋고 있다.

 

약 4년 전 서울 마포구 소재 한 꼬마빌딩을 매입했다는 서중현 씨(54·남·가명)는 "당시 부동산은 사놓기만 하면 오른다는 말을 듣고 내 돈 10억에 나머지 75억원을 대출받아 85억원짜리 빌딩을 매입했다"며 "당시 대출 이자율이 대략 2% 수준이고 건물 공실도 없었기 때문에 임대 수익으로 이자와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나중에 시세가 올랐을 때 팔아 더욱 큰 빌딩을 매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약 2년 전부터 상가 공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대출이자까지 올라 지금은 임대료 수익으로 생활비는커녕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부담을 조금 줄여보고자 임대료를 낮출까 생각도 했지만 건물 가치가 내려간다는 말들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 기존 시세보다 내린 가격에 건물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간혹 들리다 보니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부쩍 늘었다"고 부연했다.

 

"장밋빛 미래만 생각하는 투자는 재앙, 앞으로 깡통부동산 매물 더 늘어날 것"

 

▲ 서울의 한 공실상가. [사진=연합뉴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공실률 상승 등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업체 부동산플래닛,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작년 3분기 기준 8.6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서울 중대형 상가 투자 수익률은 1.37%에 불과했고 임대료와 관련한 소득 수익률은 0.45%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 지역 꼬마빌딩(연면적 3300㎡ 미만 일반건축물)의 거래 규모는 3년 전(2021년 22조원)의 절반 수준인 12조4000억원에 그쳤다.

 

하락 거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31억6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4층짜리 꼬마빌딩(연면적 310㎡)은 지난해 23억원에 손바뀜 됐다. 불과 2년 만에 약 30% 가량 시세가 하락한 셈이다. 강동구 천호동 소재 한 꼬마빌딩(연면적 1010㎡)도 직전 거래가 대비 20% 가량 낮아진 55억원에 최근 거래됐다. 해당 빌딩의 직전 거래가는 72억원 가량이었다.

 

서울 성동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지역 내 공실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며 "먹자골목이 자리한 왕십리역 상권은 물론 한양대 상권, 심지어 얼마 전까지 핫플레이스로 불렸던 성수역 상권도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공실 상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실이 늘어나면서 한 2~3년 전쯤에 대출을 최대치로 받아 거래된 건물들 위주로 매물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시세 상승도 어렵다고 판단해 서둘러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에 가려졌던 레버리지의 치명적 결함이 표면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한계 매물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H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 시절 마치 빚을 내서 건물을 사는 것을 엄청 똑똑한 투자처럼 여기며 '빚도 자산'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고 언젠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년 넘게 부동산을 하면서 최고의 상황을 그려놓고 하는 투자가 오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인데 레버리지 투자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동안은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앞으로 자신이 벌인 위험천만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을 매입할 때 레버리지 효과를 얻기 위해 대규모의 대출 자산을 끼고 매물을 구매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관행처럼 여겨져왔다"며 "레버리지 투자는 양날의 검으로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시장이 악화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부동산 투자는 글로벌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장세 속에서 투자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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