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2.3% “정치 갈등 가장 심각”...‘해결 주체’ 정부 신뢰도 41.9%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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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내 산적해 있는 갈등 중 진보와 보수 간 정치적 이데올로기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최근 발행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 꼴로 국내 갈등 사안 중 정치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만 19세 이상~만75세 이하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수행돼 왔다.

조사 결과 2023년 한국인은 사회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인식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사회갈등도는 지난 2018년 2.88점(4점 만점)으로 측정된 이후 2019년 2.9점으로 상승했다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시기인 지난 2021년, 2022년에 연이어 하락했다.

이후 지난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 해제를 선언한 뒤 사회갈등도가 상승해 2.93점을 기록했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와 보수 간의 정치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한 반면, 성별 간 갈등은 비교적 덜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지난 2018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성별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여겨지기도 했으나 연구진은 이를 미투 운동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국내외에서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가 주목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정치적 갈등(92.3%)에 이어 응답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갈등(78%),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갈등(71.5%) 등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성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46.6%에 그쳤다.

국민들이 평가한 국내 기관별 신뢰도. [사진제공=보건사회연구원]

정치 영역의 갈등은 다른 사람과의 교제 의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함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71.41%에 달했고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58.2%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사회갈등 해결 주체로 정부(56.01%), 국회 및 정당(22.04%), 국민 개개인(9.16%) 등을 지목했으나 이들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결 주체 1위로 꼽힌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41.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2위인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22.6%로 저조했다.

이에 연구진은 “사회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사회갈등 조정 및 관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갈등 당사자와 이해관계자, 시민이 참여해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 성향이 다른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생각 및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을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