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이 가격 실화냐” LCC 가격 경쟁 과열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최근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연이은 사고 이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신뢰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일부 LCC 항공사들은 기내 수하물을 포함하지 않는 조건으로 초저가 요금을 책정, ‘철도보다 싼’ 가격정책으로 눈길을 끈다. 다만 일각에선 할인경쟁으로 인한 여객몰이보다는 좀 더 확실한 안전 정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CC, 초저가 프로모션으로 여객몰이 총력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는 국내선 주요 노선에서 초저가 항공권을 잇따라 출시 중이다. 지난달 이후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은 김포~제주 노선을 1만원대 특가로, 김포~부산 노선을 2만원대에 제공하며 가격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김포~부산 노선의 경우 KTX보다 저렴한 항공권까지 등장하면서, 철도에 비해 이동시간은 더 짧고 가격까지 더 싼 항공편은 예삿일이 됐다. 실제로 현재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KTX 요금은 일반석 기준 5만9800원으로 일부 항공권 가격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제주행 항공권 역시 2만원대 초반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평소 성수기엔 편도 항공운임이 10만~20만원대까지 다양했던 노선이지만, 연이은 사고로 인해 LCC 업계의 신뢰도가 하락한 나머지 가격 할인으로 수익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과잉 가격 경쟁, 결국 소비자 부담···정비 소홀 우려 여전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가격 대비 효율을 따지며 “싸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가격 경쟁보단 더 확실하고 꼼꼼한 안전 정비점검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포~부산 항공권 가격.

LCC 가격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승객 유치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항공사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그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 LCC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하물 요금 인상, 부가 서비스 강화 등의 방법으로 값싼 항공권 때문에 구멍 난 수익을 메우는 실정이다.

안전 점검 소홀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경쟁 과열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비 및 안전 투자 비용을 축소해야 하는 경영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일부 LCC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정비 인력을 줄이거나, 정비 시간을 단축하는 등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항공기 가동률 극대화를 위해 여객기 기본 정비점검 소홀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LCC들의 운영 실태를 면밀히 조사 중이며, 추가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LCC 항공사들이 단기적인 가격 경쟁보다는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운임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안전 투자 비용이 줄어들고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비 인력을 확대하고, 점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LCC 시장 자체가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