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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 같은 감반(減反) 정책을 50년 이상 지속하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쌀 생산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 약 1200만톤(t)에서 2023년 661만t 수준으로 생산량을 절반가량 줄였다. 일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0.9㎏으로 우리나라(56.4kg)와 비슷하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사례를 본떠 올해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행하기도 전에 야권과 농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 벼 재배면적(69만㏊)의 12%(8만㏊)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농민들은 농가별 감축 면적 할당과 공공비축용 벼 배정에서 제외하는 페널티를 부여한 것을 두고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율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정책을 보완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일본의 쌀 생산조정제도도 도입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컸다. 생산감소로 소득이 줄 것이라는 게 큰 걱정거리였다. 정책 시행 초기인 1971년, 일본 정부는 논 면적의 20%(55만㏊) 감축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감축 목표를 달성해도 농업 기술의 발전·품종·재배환경 개선 등으로 단위 면적당 수확량(단수)이 늘어 과잉생산을 초래하는 문제가 빈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4년부터는 정책 방향을 ‘면적 감축’에서 ‘생산 수량관리’로 전환하고, 2007년에는 농민들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생산 조정방식을 ‘국가 주도’에서 ‘생산자 자율방식’으로 바꿨다. 이어 2010년에서는 경제적인 보상으로 생산관리를 유도했다. 이를테면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했는데, 타작물 전환 또는 쌀 생산량 감축에 참여하면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로써 쌀 수급 조절이 정착됐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2018년 쌀 생산조정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자율적인 생산량 감축과 쌀을 대체하는 전략 작물과 ‘비밥쌀용’(사료·가루·가공용)의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벼 재배 면적은 2018년 생산조정제 폐지 당시 138.6만 헥타르에서 2023년 6월 기준 124.2만 헥타르로 줄어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용 쌀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733t에서 661t으로 약 10% 감소했다. 반면 사료용 쌀(8.0→13.4만t)이나 가루쌀(0.5→0.8t), 수출용 쌀(0.4→0.9t) 등 비밥쌀용 쌀의 생산량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타작물 전환 의지나 쌀 면적과 생산량을 동시에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일본의 쌀 생산조정제는 쌀 생산량을 줄여 수급을 맞추면서 타작물 전환을 유도한 정책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식량 자급이 충분하지 못했던 초기 쌀 생산으로 기울었던 정책을 어떻게든 다른 작물이나 비밥쌀용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정부의 의지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소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목표대로 벼농사 재배면적을 8만 헥타르 줄인다고 해도 쌀 생산 단수(10a당 생산량)늘면 과잉생산 억제 효과가 반감된다. 일본에서도 쌀 생산단수가 늘어 과잉생산을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생산면적 감축과 함께 목표 생산량을 동시에 감축하는 묘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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