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디지털 육종’으로 종자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 연다
2024년 동오농업과학기술인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밀’의 자급력 높이기 위한 연구
최근 5년간 우리나라가 해외로 지급한 종자 로열티가 4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이 추산한 4개 분야의 12품목 중에서 가장 큰 로열티를 지급한 것은 버섯 159.5억 원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하얀색 팽이버섯은 75%가 일본품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심코 먹는 식량작물이지만, 우리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해외로 나가는 로열티도 늘어난다. 그래서 국산 종자 개발을 위한 육종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산 종자의 개발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인공지능 시대에 육종도 최첨단의 옷을 입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육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작물 디지털 육종을 선도하며 국산 종자 개발에 이바지하고 있는 김창수 충남대 교수를 만나봤다.
인공지능 활용한 ‘디지털 육종가’ 탄생 기대
박사학위를 위해 미국으로 가서 12년간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한 김창수 교수는 박사학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던 식물 유전체 빅데이터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에 유전체 연구로 유명하신 지도교수님(Dr. Andrew Paterson)을 찾아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석사 때는 식물 생리학을 했는데 박사 때 전공을 바꾸며 당시엔 생소한 학문에 불안함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DNA Sequencing(염기서열을 읽는 방법)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도 많아지고, 제 전공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디지털 육종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 충남대 식물자원학과에 부임해 식물빅데이터유전체연구실을 연 김창수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육종과, 순수유전체 연구를 키워드로 연구와 인력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디지털 육종입니다. 종자 개발을 위해 육종은 꼭 필요한데, 육종가의 경험에 의존하는 육종의 특성상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분자육종 기술이 나왔고 그리고는 디지털 육종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육종가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을 대체하여 컴퓨터에 학습한 후 컴퓨터가 우수한 계통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육종은 개인의 감이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서 후학 양성이 오래 걸리고 힘든데, 디지털 육종이 이를 대신하면 디지털 육종가 탄생으로 빠른 시간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육종이 기대됩니다”
고추냉이, 배초향, 살비아, 왕바랭이 등의 DNA Sequencing 완성
김창수 교수가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작물은 밀이다. “국내 밀의 소비량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자급률은 1.3%(농진청, 2022년)로 매우 낮으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밀의 자급률을 높이고자 밀 조숙 관련 인공지능 육종 모델을 작성하여 이모작에 적합한 밀 품종을 선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최근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지원하는 ‘작물 집단(밀) 구축 및 딥러닝 예측 모델 개발’ 과제(RS-2025-00512183)에 선정돼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형 밀 핵심 집단 기반 범 유전체(pan-genome)를 통해 국내 밀 품종의 변이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기 수확에 적합한 농업형질 예측을 위한 데이터 구축 및 AI 예측 모델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딥러닝으로 밀을 육종하는 시스템 개발이 기대되며 국가적인 지원으로 이뤄진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순수유전체 연구를 진행해 고추냉이, 배초향, 살비아, 왕바랭이 등의 식물의 DNA Sequencing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는 이 DNA Sequencing 데이터를 오픈해 많은 사람이 연구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DNA Sequencing을 알면 식물의 기능연구에 유용해 좋은 기능이 있는 부분을 추출해 대량생산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가 ‘디지털 육종’에 이바지할 연구자로 평가
2024년 동오농업과학기술인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등을 받으며 연구력을 인정받은 김창수 교수는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육종’에 이바지할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제가 컴퓨터를 활용해 유전체를 연구할 때만 해도, 한국은 거의 불모지여서, 미국에 정착할까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국가에서 ‘디지털 육종’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작물 분야 디지털 육종 연구자로서 국가사업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획한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라며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많은 분의 주목을 받으니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디지털 육종에 관심이 커지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관련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나며, 교수로서 저의 역할은 연구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같이 연구하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게 제 연구철학이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물육종 분야 전문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김 교수는 수상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 활용한 육종연구로 학생들에 인기
농업과 인공지능의 융합 연구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 식물빅데이터유전체연구실은 농업 분야지만 학생들이 북적인다.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끈기입니다. 즉 버티는 거죠. 저희 연구는 천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막상 공부하면 지치게 되는데, 연구에 끈기를 가질 수 있게 흥미를 느끼는 연구를 하라고 합니다. 끈기 있는 학생들은 열심히 합니다. 그렇게 지난 10년 동안 탈락자 없이 다 졸업했고 원하는 곳에 진출했습니다” 앞으로 그는 인공지능을 육종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에 응용해 유전자 예측에도 활용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흔히들 공부나 연구에 게임이 방해된다고 생각하는데, 김창수 교수는 오히려 게임으로 연구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연구다 보니 그의 게임도 컴퓨터와 친구처럼 지내는 연구의 도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연구에 진지함만큼이나 게임도 진지하게 임한다는 그의 마음이 이해됐다. 앞으로 디지털 육종 분야에 연구와 인력양성으로 이름을 남길 김창수 교수의 행보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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