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를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들에서 대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며, 우리은행을 포함한 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부당대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추가로 380억원 적발되면서 기존 350억원을 포함해 총 7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451억원(61.8%)은 임종룡 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대출 73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38억원(46.3%)은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123억원(27.3%)이 부실화됐으며, 아직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5개월 동안 보고하지 않아 검찰 수사와 금감원 검사가 지연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우리은행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160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가운데 987억원(61.5%)이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했다.
특히,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는 같은 교회 교인으로 알려진 대출 브로커 B를 부하직원이었던 지점장 C에게 소개했고, 지점장 C는 브로커를 통해 17억8000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심사를 소홀히 했다. 그 대가로 지점장 C의 부인 계좌로 3800만 원이 송금된 정황이 확인됐다.
또한, 지점장 D는 E법인의 부동산 매입자금 대출 250억원이 본부 심사에서 거절되자 차주와 공모해 계약서 조건을 변경하는 등 대출 승인을 강행했고, 차주 관계자의 횡령을 방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대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291건, 총 89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이루어졌으며, NH농협은행은 90건, 649억원 규모였다.
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 팀장 F가 시행사 및 브로커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이용한 대출 892억원을 취급했다.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을 유도하고, 일부 대출 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대출 서류를 직접 위·변조하여 가계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협은행에서는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 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64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이 과정에서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적발됐다. 또한, 대출금 사용 내역 점검을 소홀히 해 226억원이 용도 외로 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및 관련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진행할 것"이라며 "법규 위반은 아니지만 경영 및 내부통제상 취약점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도 신속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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