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 돼 있으나 '사용은 불법'…뜨거운 물 주전자로 몸 녹여
원주시 론볼 선수들 "일반인 대우 원해"…시설공단 "해결책 검토"
(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일반인도 아니고 장애인이다 보니 추운 겨울에 잠깐이라도 따뜻하게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건데…"
영하권의 강추위에 훈련하다 바로 옆 컨테이너로 들어온 장애인 론볼 선수들의 입에서 연신 새어 나온 하얀 입김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물 주전자가 뿜어내는 수증기를 난로 삼아 추위를 녹이는 이들의 등 뒤로는 두꺼비집(누전차단기)이 커버가 열린 채 먼지만 쌓고 있었다.
두꺼비집 옆으로는 컨테이너가 들어섰던 2023년 12월 원주리더스라이온스클럽이 기부했던 냉난방기가 설치돼있었지만,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처럼 전기선만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다.
한여름 땡볕에, 한겨울 강추위에 온몸을 내맡긴 론볼 선수들의 새해 소원은 올해도 '전기 사용'이다.
론볼 경기장이 자리한 국민체육센터를 관리하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 놓아준 컨테이너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정작 전기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단 측에서 '해당 컨테이너에서의 전기 사용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컨테이너에 갖춰진 전력 장치는 무용지물이 됐다.
직업화 연계가 이뤄진 만큼 선수들에겐 이곳이 어엿한 직장이지만, 제대로 된 휴식 공간도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중증 장애가 있는 론볼 선수 서영완(46) 씨는 "중증 장애인 선수들은 더위나 추위에 더 약한 데다 론볼은 야외경기이기 때문에 휴식처가 필요한데 도내에서도 유일하게 원주만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수들은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해달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 탓에 장애인 선수들 사이에서 론볼은 기피 종목이다.
불과 2∼3개월 전 산소호흡기를 충전할 곳이 없어 론볼 경기장 옆 체육관에서 전기를 사용하던 선수는 '전기 도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날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이 선수는 다른 종목으로 옮겼다.
선수들과 함께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 보조사 최모(47)씨는 "선수들이 눈칫밥 먹지 않고, 일반인 선수들과 똑같이 대우받으며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에 대해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기 시설은 컨테이너를 구매할 때부터 갖춰져 있었을 뿐"이라며 "일부러 전기를 못 쓰게 한 게 아니라 컨테이너를 설치할 때부터 전기 사용은 불가능한 창고 용도인 점을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법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지, 도의적으로는 전기를 사용하게 해드리고 싶다"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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