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FE". 당신은 어떻게 읽는가? 조이의 아버지는 첫 음을 발음하라고 가르쳤다. 분명 'K'가 존재하니까.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동급생들은 이렇게 외친다. '첫 글자는 묵음'이라고. 이처럼, 책은 이민자, 여성, 노인, 어린이. 그러니까 "K처럼 분명 존재하지만 결코 불리지 않는"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마주한 내밀한 격차와 폭력을 담아낸 책이다. 자신이 다수가 아닌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라고 강요받는 집안에서 마주한 상황들이 섬세한 필치로 펼쳐진다. 책의 제목인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은 주류사회가 지워냈던 존재들을 불러낸 사소하지만 거대한 은유인 셈이다. 자기부정, 저항, 도피, 순응, 그리고 좌절과 욕망.... 존재가 부정당한 이들의 삶의 방식은 단일하지 않다. 라오스계 캐나다 시인이자 소설가 수반캄 탐바봉사가 쓴 이 책은, 단순히 소수자들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를 일상처럼 헤쳐나가며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개별적인 모습을 면밀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어떤 소수자성에는 공명하는 동시에 그로 확장되어 살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220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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