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블러핑'97] 정몽헌 회장 자살 미스테리의 열쇠를 쥔 박기수 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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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소설'블러핑'97] 정몽헌 회장 자살 미스테리의 열쇠를 쥔 박기수 사장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2-04 05: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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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윌리엄리
삽화=윌리엄리

황태자, 정몽헌 회장의 자살

 2003년 8월 1일 금요일, 정몽헌 회장은 대북 송금과 관련하여 특검 조사를 받았다. 특별검사는 정몽헌 회장에게 물었다.

"해외에서 무기상인 김영완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해외에서 김영완이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몽헌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처음부터 김영완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을 했다. 정몽헌 회장은 다음 날인 8월 2일 토요일에도 이익치 화장과 동시에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로 돼있었다. 특검은 대북 송금 문제를 따졌지만, 대검찰청은 비자금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정몽헌 화장은 ‘사실은 김영완이 박상원 장관과 권희건 고문의 심부름이라며 돈을 요구했다.’라고 진술했다.

2003년 8월3일 일요일 아침, 구름이 낀 흐린 날씨였다. 간밤에는 간간이 빗줄기가 뿌렸다. 잔뜩 찌푸린 우울한 주말이었다.

 평소와 달리 조금 늦게 일어난 정몽헌 회장은 성북동 자택을 나와 평소에 자주 가던 하얏트 호텔에 오후 1시쯤 도착했다.

올림프스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예정에도 없었던 이발까지 하였다. 뭔가를 정리하려는 듯 보였다.

 이발을 마친 정몽헌 회장은 고등학교 동창인 박기수 사장을 호텔의 바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후, 박기수 사장과 함께 호텔을 나와 도산공원 인근 이태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아내인 현정은 회장과 큰딸 지이 씨, 손위 동서와 함께 식사했다. 정몽헌 회장은 가족들과 즐겁게 세 시간 가까이 저녁 식사를 즐기고 ‘박기수 사장과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하면서 가족들을 먼저 보냈다.

두 사람은 단골 술집인 청담동의 '위바'로 가서 포도주 2병을 나눠 마신 후 오후 11시 30분쯤 박기수 사장이 묵고 있던 하얏트 호텔에 박기수 사장을 내려 주고 기사에게 그룹 본사로 가자고 했다.

밥 11시 52분쯤, 현대그룹 본사에 도작해 로비에 있던 보안 직원이 12층까지 따라가 문을 열어주자 '30분 후 내려가겠다'라고 얘기한 뒤 회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고, 밤색 바지에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3시간 남짓 3통의 유서를 휘갈겨 쓰고 3개의 봉투에 나누어 담았다. 자살 직전 복잡한 심경을 말해주듯 큰 글씨로 흘려 적어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유서는 아내와 자녀들, 김운규 현대아산 사장,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내용이었다.

언론은 8월 4일 새벽 3시를 전후해 12층 회장실 창문을 열고 투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를 하였다. 투신자살을 목격한 증인이 없었던 관계로 세간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 개입, 대북 비밀송금, 비자금 등과 관련해 북한의 암살설이나 국정원 암살설이 나돌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정몽헌 회장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들은 따로 있었다.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 직전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했던 내용 중,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미스터리 인물이 두 명 있었다. 전동수 시장과 박기수 사장이었다. 전동수 사장은 정몽헌 회장의 국내 비자금과 관련해 의혹을 산 사람이었고, 박기수 사장은 해외 비자금과 관련해 의혹을 받던 사람이었다.

 이들 두 사람은 정몽헌 회장의 가장 절친한 보성고등학교 동기 동창생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몽헌 회장의 미스터리 친구였던 셈이었다. 현정은 회장은 그 두 사람이 남편의 가장 절친했던 동창생이었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였다.

전동수 사장은 검찰에서 처음 그 이름이 드러났다. 현대그룹의 대북 송금과 정치권 비자금 문제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검찰청의 공소장에는 '정몽헌의 친구인 전동수가 무기상 김영완에게 돈을 전달했다'라고 나온다. 그의 공식 직함은 현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이다.

그는 정몽헌 회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으로 보성고와 연세대를 나왔다. 두 사람은 1975년 현대그룹에도 입사를 함께 했다.

정몽헌 회장은 대검찰청 조사에서 그를 언급했다.

“전동수는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전동수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 말이 맞을 겁니다.”

정몽헌 회장의 그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에 취임한 뒤인 2008년 1월 12일, 전동수 사장은 현정은 회장과 저녁을 함께 한 자리에서 가신들과 모럴 해저드에 빠진 경영인을 경질하고, 젊은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정몽헌 회장은 어느 날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인 박기수 과장을 장철순 현대상선 부회장에게 데리고 왔다.

"장 선배! 이 친구에게 해운업을 좀 가르쳐 주세요."

정몽헌 회장이 박기수를 그에게 맡긴 셈이다.

그러나 박기수는 성격이 독특했다. 현대상선 내 컨테이너 사업부에 들어갔지만 융화가 잘 안되었다. 그래서 컨테이너 사업부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박세용 대표가 한번은 박기수 사장을 자르려고 했다. 그런데 정몽헌 회장이 그를 감싸서 박세용 대표도 결국 어쩔 수가 없었다.

박기수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건 후에 그는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검찰과 경찰은 그가 특이점이 없는 데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 뒤 그는 두 달 가까이 미국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의혹이 더 커졌다. 특히 정몽헌 회장은 자살 직전에 마지막으로 미국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박기수 사장이 함께했다. 그리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던 날 미국에 있던 박기수 사장을 긴급히 불러 무언가를 논의했다. 급히 논의해야 할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박기수 사장의 정체는 뭘까?

박기수는 197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얻었다. 박기수는 현대상선에 입사해서 20여 년간 근무했다. 박기수 사장은 현대상선 미주본부장이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박기수는 자주 출장을 다니면서도 회사 총무과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비행기표를 사는 등 베일에 가린 직원이었고 자신의 일정과 행선지를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정몽현 회장의 비밀 행보에 개입돼 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현대상선의 전직 사장들은 박기수가 미국 내에서 비자금 조성 등에 깊숙이 개입해 현대그룹과 정몽헌 회장을 망쳐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채권단에까지 알려져 갑자기 해고되는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정몽헌 회장은 박기수 사장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를 현대상선의 미국 현지법인인 CUT(캘리포니아 유나이티드 터미널)와 WUT(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의 이사회 의장으로 서둘러 임명했다. 박기수가 현대그룹에서 보이지 않는 실세임을 또 한 번 과시한 셈이다.

박기수는 현대상선의 미주본부 운임 채권을 이용해 해외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현대상선의 미주본부 운임 채권이란 본사와 지사 간 관계에서 생기는 자금 거래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배가 다시 돌아올 때는 아시아 각국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 버는 돈은 현대상선 본사와 별도로 미주본부의 채권으로 잡힌다. 이 같은 운임매출 채권만 해도 연 10억 달러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CUT, WUT는 현대상선이 대주주였지만 미국 내 현지법인들은 정몽헌 회장이 개인적으로 직접 챙겼었고, 자살하기 직전에 박기수가 모두 챙기도록 비밀리에 인수인계한 셈이다.

CUT는 WUT와 함께 현대상선의 미국 내 컨테이너 사업을 전담하는 알짜배기 회사였다. CUT는 연간 매출 규모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또 WUT도 연간 4,000만 달러 규모다. 이들 회사는 그간 현대상선의 해외 비자금 조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아왔다.

현대상선 미주본부는 2000년 당시 현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 측에 돈을 보낼 때 개입한 의혹을 샀다.

현대상선이 보유 중이던 배를 판 돈과 용선(배를 빌리는 것) 과정에서 편법으로 빼돌린 돈까지 끌어들여 총 3억 달러를 북한에 추가로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현대상선 김충식 사장은 검찰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현대상선 미주지사가 스위스 은행 계좌로 보낸 증명서를 찾았다. 개인 비밀금고에서 이 증명서를 찾아 검찰에 팩스로 보내겠다고 약속한 날 공교롭게도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것이다.

박기수는 정몽헌 회장의 상가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LA의 롱비치 사무실에 한동안 출근하지 않았다. 또 세리토스에 있는 자택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김시래 기자는 당시 그에 대한 20여 일간의 추적을 중단하고 귀국해야 했다.

어쨌든 박기수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비밀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김시래 기자는 그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날 밤, 김시래 기자는 그의 빈집을 다시 찾아갔다. 명함에 깨알 같은 메모를 남겨 문틈에 꽂아 놓고 돌아섰다.

“박기수 사장님. 저는 김시래 중앙일보 기자입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정몽헌 회장님이 왜 자살했는지 사장님 입으로 직접 한마디만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김시래 기자는 지금도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팩션소설'블러핑'97]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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