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실습실도 예산도 없다" 의대 교육 인프라 절실

[청주=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올해 충북의대 신입생은 작년에 휴학했던 학생과 함께 수업을 받아야 한다. 아직은 학생 수가 늘어나도 교육 수준이 떨어지진 않지만 이들의 실습수업이 시작되는 2년 뒤가 사실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의대 본관 전경. 충북의대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주요변화평가 방문평가’를 받았다. 의평원은 학생 정원이 늘어난 충북의대가 적정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2월 말 공개된다.(사진=안치영 기자)

지난해 충북의대 1학년 48명 중 40명이 휴학했다. 올해는 정원 외 1명 포함, 총 126명이 입학한다. 이에 따라 올 봄부터 총 166명의 학생이 1학년 수업을 받게 될 수 있다.

다행히 1학년 교육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한다. 채희복 충북의대 비상대책위원장(충북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은 “1학년 수업은 기초의학에서 가르치던 전공 한 과목을 제외하면 전부 교양 필수·선택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실습 교육에 들어가는 2년 뒤다. 채 위원장은 “1학년 학생이 본과 수업을 받기 시작하는 2년 뒤부터 당장 해부학 실습 공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은 별도 건물을 만들어 실습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0명이 실습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동인데 이 건물은 2028년 3월 완공이 목표다. 늘어난 학생들이 해부학 실습을 받는 시점은 2027년으로, 1년간 공백이 생긴다. 충북의대는 충북대병원 임상의사(전임의) 27명을 교육강사 겸직으로 채용했는데 진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를 교육 업무로 돌리면서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 실습을 보조할 교육 전담 인력도 부족하다. 통상 의대에선 전공의 중 한 명이 교육 치프(Chief)를 맡아 1년간 교육에 종사한다.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상황에서 남아 있는 전공의는 과중한 진료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자연히 실습 보조 인력 공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대학 본부 측이 현실성 없는 계획을 세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충북대는 향후 5년간 의대 신입생을 매년 200명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건물도 4개 동(실습동 제외)을 추가로 짓고 교수도 140명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4개 동을 짓는 데 필요한 예산은 약 1500억원이며 140명을 채용하는 인건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 예산에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올해 170억원 가량 충북대에 지급됐고 전임교수도 35명 배정해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의대 교육이 파행될 것을 우려한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에 앞서 2025년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충북의대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주요변화평가 방문평가’를 받았다. 의평원은 학생 정원이 늘어난 충북의대가 적정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2월 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