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년 전인 2024년 1월 5일 1심 선고에 이어 또다시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이다.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 학계에선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심인 3심에서 2심의 판단이 뒤집힐 확률이 극히 낮은데 검찰의 상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리더십 공백만 초래할 수 있는 기업의 발목 잡기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재용, 1심 이어 2심에서도 19개 혐의 모두 무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3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2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승계,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항고로 1년간 법정 싸움을 재차 벌인 끝에 또다시 혐의를 벗어냈다. 지난해 2월 1심 선고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19개 혐의에 대한 무죄가 그대로 나왔다.
1심에서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체면을 구긴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공을 들였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의심한 검찰은 증거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고 이 회장의 공소장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검찰의 노력은 재판부의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검찰 항소 이후 1년…리더십 공백으로 위기에 빠진 삼성
수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사이 삼성은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DS) 사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치인 3조원을 하회하는 2조 9000억 원의 기록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연 23조 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 반도체를 추월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 역시 멈췄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M&A는 지난 2017년의 하만 인수다.
미국 정권교체 등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삼성의 운신에는 제약이 따랐다. 매년 설 연휴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이 회장은 이번에는 국내에 머물렀다. 항고심을 앞둔 시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검찰의 항소로 재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6번 열린 재판에 모두 출석했다. 지난 2020년 10월 1심 재판부터 합하면 총 102차례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 실익 없는 상고 안 돼…韓 경제를 봐야"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지연됐고 결국 신기술 개발도 늦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기술 개발과 대형 M&A는 최고경영자의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지만 (지연되면서) 삼성전자가 위험에 직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원장은 "이제는 이 회장에게 경영의 자유를 줄 때가 됐다"며 "검찰은 우리나라 경제의 큰 그림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상고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고 해도 실익뿐 아니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검찰도 여기서 종결해서 기업 하기 어려운 국가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1·2심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여기서 끝을 내주는 것이 기업에 국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길목을 터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기업 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히 회계 처리가 잘못돼서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만이 기업 가치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왜 회계에서만 자국 우선주의가 빠져 있는지 제재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상고하면) 승소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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