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대선 유력주자들이 속속 사실상의 출마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권도전 대열에 합류하며 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 의원의 자체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조기 대통령선거가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주자들의 물밑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각 대선주자를 구심점으로 한 세력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 의원도 대선주자 레이스에 슬슬 시동을 거는 모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버스킹거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6세 당 대표 당선의 기적과 동탄의 기적 위에 다음 기적은 세대교체의 기적”이라며 “대한민국도 과감하게 세대 전환과 구도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달이면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 자격을 갖추게 되는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 판갈이를 하겠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현재 진행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을 파면하면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며 몸을 푸는 모습이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다.
최근의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민주당 이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유력주자들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며 민주당 이 대표와 비교해 뒤처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는 호각을 이루는 모습이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오 시장 간 양자대결은 47% 대 43%로 초박빙이었다.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홍 시장 간 양자대결은 47% 대 39%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났지만 큰 차이로 보기 어렵다.
이에 비하면 이 의원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미미한 상태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민주당 이 대표가 45%,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의 지지율을 얻는 동안 이 의원은 단 1% 지지율에 그쳤다.
그러나 이 의원이 ‘제3지대’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는다면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의 지지율보다 미래의 잠재력의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도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이 되고자 한다”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열린 2017년 조기 대선은 양자대결이 아닌 3자구도로 진행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득표율 41.08%로 2위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득표율 24.03%)와 큰 격차를 내며 당선됐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득표율 21.41%를 거둬 거대양당에 못지않은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판세는 결국 중도층이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다. 이 의원도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후보”라며 “현재까지는 지난해 총선을 감안해 보면 이번 대선도 완주해서 한 번 성적표를 받으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는 현재 김 장관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돼 파면되면 극우 지지층도 본선 승리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김 장관을 끝까지 밀 가능성도 있지만 세대 교체에 방점을 둬 젊은 후보를 내세우자라고 전략을 구상한다면 이 의원이 낙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의 대선 완주 가능성을 5.5, 국민의힘과 단일화 내지는 합당 가능성을 4.5 정도로 점쳤다. 다만 “만약 이 의원이 독자 완주를 선택했다가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분열로 졌다는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의원의 입지가 8년전 안 후보와 비교하기에는 손색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7년 전 조기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는 소속당인 국민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소속당인 개혁신당은 2024년 총선에서 3석 확보에 그쳤다. 만약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지 않았다면 단 3석으로 정국에 영향을 미치기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내부도 혼란스럽다. 이 의원과 허은아 당 대표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당 최고위원회가 둘로 나뉘어 열리는 처지다. 3일 최고위도 천하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최고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최고위는 국회 본관에서 열렸다.
이 의원 개인으로는 ‘명태균 리스크’의 파장이 숨은 변수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이던 시절, 명태균씨와의 관계가 대권 레이스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한편, 이 의원은 2일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난 간다면 끝까지 간다”라며 대선 완주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꾸준히 이 의원의 국민의힘 복귀론이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년 전 조기 대선은 홍 후보의 승산이 낮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이번 대선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라며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지지가 쏠려 양상이 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막판까지 초접전을 펼친다면 국민의힘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이 의원도 보수라는 정체성을 포기하기 어렵기에 결국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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