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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택권·은행 영업권 과도한 제약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재발방지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채널 제한방안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은행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안은 각 은행 거점 점포에서만 고난도 투자상품을 판매하고 예·적금 등을 파는 일반 창구와 고난도 상품 판매 창구를 분리하는 것이다. 두 창구 간 정보교류 차단벽(이른바 차이니즈 월)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고난도 상품 판매 경력이 있는 직원들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
은행권은 전국 수십 곳으로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점포를 제한하는 건 ‘극단적인 조치’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5713곳으로, 전국 100곳에 판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전체 은행 점포의 2%에 그친다. 특히 ELS를 비롯해 고난도 상품은 대면 채널에서의 판매 비중이 90% 이상이다. 은행 관계자는 “고난도 투자상품은 대면 채널 판매 비중이 90~95%로 높다”며 “대면 영업이 크게 위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고난도 투자상품을 계속 취급하는 것도 투자하려는 고객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가서 가입할 수도 있지만 은행 점포에서 가입하는 고객도 많다”며 “지방 영업점에서는 고객에게 ‘광역시 거점 점포로 가서 가입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면 채널을 대폭 줄이고 온라인·앱 가입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고객의 상품 이해도·위험 인식도가 현저하게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불완전 판매를 줄일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면 채널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추가 설명을 할 수 있고 고객의 궁금증에 직원이 답해줄 수도 있다”며 “비대면에서 기계적으로 ‘동의’를 누르는 것보다 오히려 상품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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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자산관리 중요해졌는데…현실 반영 못 해
고난도 상품 가입 창구를 일반 창구와 분리하는 것 또한 고객의 ‘이동량’만 늘릴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PB 창구에서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따라 원리금 보장, 비보장 상품을 균형 있게 추천한다.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투자상품 창구를 분리하면 상담 중인 고객이 창구들을 옮겨 다니면서 다시 상담해야 한다”며 “종합적 자산관리가 중요해진 현재의 영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은행 영업점은 일반 창구와 분리된 ‘PB고객 전용 창구’를 운영한다. PB고객들은 한 번 방문했을 때 예·적금에 들기도 하고, 신규 고난도 상품에 투자하기도 하는데 창구를 분리하면 고객들이 PB룸 안팎을 오가며 각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에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금융소비자 선택권·은행 영업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처인 만큼 숙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ELS 재발방지책에 따라 영업 관행을 개선한 후 ELS 판매 재개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들에 최근 몇 년간 ELS 상품 가입서, 판매 절차, 채널별 판매 비중 등의 자료를 요청해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 연구용역을 맡겨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행동 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추가 제도개선 시 검토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행동 경제학 관점을 활용해서 앞으로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절차를 추가로 개선할 때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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