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까지…중소기업 '돈맥경화' 공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전쟁에 나서는 등 환율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소기업의 사업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을 강하게 옥죄면서 좀처럼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다. 급증하는 연체에 개인사업자 대출은 아예 돈줄을 막아놓은 상황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2조 6232억원으로 전달 대비 3942억원 소폭 늘었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3조 7318억원 급감했는데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23년 1월 이후 23개월 만이었다. 이에 지난달 잔액이 소폭 늘긴 했지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3조 3376억원이 적다.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도 감소했다. 지난달 기준 개인사업 대출 잔액은 324조9356억원으로 전달 대비 6862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시중은행들이 연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소폭 내줬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대출은 아예 막아버렸다.

올 들어 은행은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은 선별적으로 대출을 내준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원화기업대출 연체율은 0.60%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대기업 연체율은 0.03%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으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5%로 같은 기간 0.05%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0.61%)와 비교했을 땐 무려 0.14%포인트 올랐다. 2년 전인 2022년 11월 말(0.34%)과 비교했을 땐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년 동안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 경기가 크게 악화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치솟은 환율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1400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이후 1450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말 1487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환율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개시에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에 147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관세 인상 대상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고조됐다.

다만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중소기업의 돈줄은 당분간 막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수 경기의 극심한 침체로 중소기업 업황이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이달 91.2로 집계돼 2개월 연속 장기평균치(100)를 밑돌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며 “금융당국에서도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고 있고 주주 배당을 위한 자본비율 관리도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