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때 도심의 랜드마크이자 쇼핑 문화의 중심이었던 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 온라인 쇼핑 성장, 경기 침체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백화점이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과거 백화점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유통 채널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할인점·아울렛의 성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서울, 부산, 대전 등 주요 도심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백화점들이 문을 닫으며 업계의 위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1996년 개점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개점 29년 만인 오는 2월28일 영업을 종료한다.
이어 현대백화점 신도림 디큐브시티점도 오는 6월 문을 닫을 예정이다. 빅3 백화점인 현대백화점이 서울 점포의 문을 다는 것은 처음이다.
1996년 개점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개점 29년 만인 오는 2월28일 영업을 종료한다. © 그랜드백화점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마산점 폐점에 이어 최근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NC백화점 부산서면점, 대전 세이백화점 등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그랜드백화점의 사례는 특히 상징적이다.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 신촌 등 주요 거점에서 경쟁력을 갖추던 백화점이었지만, 대형 유통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대부분의 점포를 롯데와 이랜드에 넘긴 뒤, 마지막 남은 일산점마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백화점이 폐점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인터넷 쇼핑의 일반화와 함께 오프라인에선 복합 쇼핑몰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쇼핑 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굳이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라이브 커머스, 명품 직구 플랫폼 등의 등장도 백화점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모바일 앱을 통한 간편 결제와 다양한 할인 혜택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명품 등 백화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과 해외 직구까지 대안이 많아졌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방문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백화점보다 더 넓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스타필드, 롯데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같은 복합쇼핑몰이 생겨나면서 백화점의 매력은 더 희미해졌다.
여기에 대형 유통시설인 백화점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도 크다. 특히,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포들이 철수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브랜드 유치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 © 연합뉴스
백화점 산업 내에서의 매출 격차도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상위 12개 점포가 전체 백화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작년 11월28일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3조원 돌파 시점이 전년(12월20일)에 비해 약 3주 빨라졌다. 2023년 2조7000억원대 거래액을 올린 롯데 잠실점은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매출 하위권 점포는 매출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68개 점포 가운데 매출 기준 31위~68위 점포 중 작년에 2023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점포는 7개뿐이었다.
실적이 저조한 백화점들은 당장이라도 문을 닫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폐점이 지역 경제와 고용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경우, 폐점 후 건물주 KB자산운용이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반년 넘게 건물이 비어 있다. 지역 상인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폐업 위기에 몰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지자체와의 협의, 직원들의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점포 폐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진 백화점들이 이처럼 문을 닫는 한편, 새단장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작업도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 부산점'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장했다. 이는 일반 백화점을 넘어 아울렛,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형태로 최근 대세인 체험형 점포인 셈이다. 2022년에는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재단장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중소형점활성화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방과 수도권 중소형 점포의 입점 브랜드, 쇼핑 환경, 운영 개선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역 백화점의 리뉴얼과 입점 브랜드 강화를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백화점들은 프리미엄 서비스 강화, 온라인과의 연계, 체험형 콘텐츠 확대 등을 통해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며 "일부 점포들은 폐업보다는 리뉴얼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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