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흐름 속에서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비중의 확대와 생산성 향상 덕분이다. 조선업계의 기대감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같은 협업 가능성이 높아져 조선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8% 증가한 1조43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5조5386억원으로 19.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903.9% 늘어난 1조4546억원에 달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05억6000만달러(약 29조7000억원)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인 135억달러(약 19조5100억원)의 152.2%를 달성했다. 올해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는 지난해보다 35% 높은 180억5000만달러(약 26조900억원)로 설정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379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출액은 10조7760억원으로 45.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1690억원을 기록하며 성과를 나타냈다. 한화오션은 조업 일수 증가와 고선가 프로젝트의 매출이 반영되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20.4%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영업이익이 4746억원, 매출이 9조84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3.4%, 22.9% 증가한 수치로, 국내 조선 3사가 동반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간의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과 저가 수주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으나, 고가 선박 수주 확대와 신조선가·환율 상승 등이 맞물리며 호실적을 기록하게 되었다.
올해 조선업계 전망은 밝다. HD한국조선해양은 유럽 선사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3조716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오세아니아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3796억원에 수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협약 의지가 나타나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해군의 MRO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된다. 미국의 해군 군비 증강을 위해 동맹국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 해군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미 해군 MRO 사업 2건을 수주했고, 올해 56척을 추가로 수주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23척 정도의 미군 함정 MRO 수주 계획을 세웠다.
양사는 향후 약 1600조원 규모의 미국 군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통해 미국 및 동맹국 해군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방산 정책 변화에 맞춰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는 주요 해군 조선소들과 인접해 미 해군 함정 신조에 최적화돼 있다.
조선업계는 저가 수주를 탈피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LNG선은 지난해 기준 국내 조선업계 상선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LNG선 22척을 인도했으며, 올해는 25척의 LNG선 인도를 예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22척, 33척의 LNG선을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선업계는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물동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주들이 LNG 발주를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도 기대되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0.0원으로 상승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선박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다만, 국내 조선소들이 선별 수주에 나선 가운데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량이 가장 많은 글로벌 조선소 '톱10' 중 7곳이 중국 조선소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탱커와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있는 상황이다. 또한 LNG선 수주 점유율에 있어서도 한국 조선업체들이 중국의 맹추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조선업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기대되는 실적 개선과 함께 한미 조선업 협력의 확대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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