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로" 오프라인 쿠팡 '다이소'에 면세점도 '덜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퇴근 후 건전지를 사러 다이소 홍대점을 들렀다가 뜻하지 않은 ‘플렉스’(과소비)를 했다. 그는 “근처 편의점보다 싸서 겸사겸사 치약, 햇반, 과자 등을 구매했는데 어느새 2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썼다”며 “올 때마다 외국인들이 많아 놀라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불황을 맞아 질주하고 있다. 매해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이제 생활용품을 넘어 뷰티·의류·식품 등 카테고리로 제품군을 확장 중이다. 올리브영은 물론 편의점, 면세점까지 잠재적인 잠식 영향권으로 거론될 정도다. 국민가게 수식어를 업고 ‘오프라인의 쿠팡’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다이소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질주하는 다이소…지난해 매출 4조 달성 유력

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연매출이 4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성다이소는 2019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선 후 4년만에 3조원의 벽을 뚫었다. 연도별 매출액을 보면 △2019년 2조 2362억원 △2020년 2조 4216억원 △2021년 2조 6048억원 △2022년 2조 9458억원 △2023년 3조 4605억원이다. 이후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을 넘어선 제품군들이 추가 동력을 제공해 매출 4조원 달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뷰티, 의류, 가공식품군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다이소의 뷰티 상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전년동기대비 150% 신장했다. 현재 다이소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만 49개에 이른다. 여기에 의류 카테고리의 성장도 심상치 않다. 맨투맨, 후드티, 플리스. 패딩조끼 등을 포함한 다이소 이지웨어의 지난해 10~11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57% 급증했다.

다이소의 힘은 균일가에서 나온다.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에 판매한다. 이를 기반으로 애초에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한다. 균일가에 제조원가를 맞추는 셈이다. 유통과정이 짧아 중간 마진도 적다. 여기에 제품을 대량 매입하고 마케팅 등 비용도 최소화한다. 기존 마트 백화점 등 유통 채널과의 가장 큰 차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막강한 오프라인 균일가의 힘…메기된 ‘쿠팡’ 연상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균일가 정책으로 막강한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균일가 매력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다이소는 이를 기반으로 제조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더욱 키운다는 분석이다. 다이소가 의류 뷰티 식품 등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던 힘이다. 이는 쿠팡과 유사한 점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온라인 소비자를 모았다. 이를 통해 입점 브랜드와 셀러(판매자)들을 대거 유치했다. 이후 쿠팡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서비스를 지속 확대했다.

다이소가 오프라인 쿠팡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차 오프라인의 ‘메기’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다이소는 식품류도 메인 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과자부터 라면 음료까지 대량 매입해 시중 채널보다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가령 시중에서 파는 햇반 큰공기 3개입이 6950원이면 다이소에서는 5000원인 식이다. 최근에는 캡슐커피를 10개에 3000원, 카다이프 면을 넣은 두바이 초콜릿 제품을 2000원에 판매해 편의점 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제 다이소는 면세점에도 불편한 존재다. 직접적인 경쟁자는 아니지만 저가 여행객들이 지속해서 다이소로 빠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관광객이다. 과거 단체 관광객(유커)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2030세대가 주축인 개별 관광객(싼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주도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다이소, 올리브영 등 현지인에게 인기인 곳을 선호한다. 특히 고환율에 면세점은 가격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

다이소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계엄·탄핵 정국에 고환율까지 겹쳐 경기가 더욱 침체하고 있어서다. 다이소에 유리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경기 불황 속에서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이 가장 혁신적인 오프라인 유통 모델이 된 모양새”라며 “국민가게 타이틀을 등에 업고 바잉파워가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균일가를 1만원, 5만원 등으로 넓히면 더 다양한 카테고리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