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헌재가 최근 정치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횡행하던 색깔론 공격이 그중 하나다. ‘재판관의 색깔이 그들의 판결까지 오염시킬 것’이라는 의심이기도 하다. 주동은 여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다.
한 예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어떤 이는 이들 재판관의 동생, 배우자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빨간색 칠하기’가 두드러져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지연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진실화해위원장에 박선영 전 의원을 선임하자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야 모두 헌재의 권능에 의심을 했다는 얘기다. 본인들에 보다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렇게 뿌려 놓은 ‘밑밥’들이 가져올 후폭풍이다. 훗날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해도 이를 불복하게 만들 빌미가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은 증폭되고 헌재는 무력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의 권위에 불복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난달 서부지법 폭동 때 목격하지 않았던가.
|
우리가 표로 찍은 정치인들이 갈등조정자는 커녕 사법부 불신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30년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했던 “우리나라 정치는 4류”라는 표현은 오히려 우리 정치권에 대한 후한 평가였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