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장"…회사 아닌 노동부에 '진정' 제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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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장"…회사 아닌 노동부에 '진정' 제출 가능

경기연합신문 2025-02-02 20: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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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1.3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1.31/뉴스1 ⓒ News1 


"저를 괴롭히는 가해자가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처리 담당자예요. 어떻게 신고할 수 있겠어요?"

#5년 차 금융업계 직장인 A 씨는 신입사원 때부터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았던 10년 차 대리 B 씨 때문에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괴롭다. A 씨에게 일을 떠넘기는 건 다반사고, 인사고과를 운운하며 그에게 유흥업소에 함께 갈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B 씨를 절대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B 씨가 괴롭힘 신고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뉴스1에 따르면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 씨가 생전에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사측은 오 씨가 생전에 괴롭힘 사실을 알려온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직장인들 사이에선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신고'해야 하는 절차상 원칙이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근로자 및 사용자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치 교육자료'상에선 괴롭힘 신고는 사내 처리 절차를 통한 해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안내한다.

우선 사용자 또는 사업장 내 담당 직원에게 신고 한 뒤,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 의무를 사측이 제대로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 진정을 통해 처리하는 순서다. 진정이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조사에 착수한다.

직장인들 "'회사 신고 원칙' 부담"…고용당국 진정도 가능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나빠질 걱정과 조사가 무마될 우려 때문에 회사에 신고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괴롭힘 신고 담당자가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소규모 회사나 사업장에서 사장(사용자)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엔 당사자가 회사에 신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기상캐스터 오 씨도 유서에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달 28일 오 씨가 근무했던 MBC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신분으로 자신이 직접 나서 괴롭힘 사실을 알리기는 어려웠을 것", "방관한 주변인들도 잘못"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회사에 먼저 신고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알려진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사내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출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알릴 수 있다.

사내 처리 절차가 먼저 이행된 뒤 근로감독관 조사 착수가 이뤄지는 건 동일하지만,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출된 이상 사측에서 조사를 방해하거나 무마할 수 없는 만큼 사측을 신뢰하기 어려울 경우 비교적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법조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1.3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1.31/뉴스1 ⓒ News1 

 



근로감독관 한계…신고 수 2배 뛸 동안 14%만 늘어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고용 당국이 근로감독관을 확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괴롭힘 사안 관련 분쟁이 법정으로 이어져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부당해고, 임금 청구 문제를 담당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괴롭힘 사안을 맡도록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노동계에선 거론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신고해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근로감독관이 추가 사실 파악을 하지 않은 채 종결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성과 인력 문제를 고려해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가 국회의장인 우원식 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받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듬해인 2020년 7398건이었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3년 1만 5801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근로감독관 현원은 2020년 1874명에서 지난해 2141명으로 약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감독관 정원도 2019년 2213명에서 2024년 2260명으로 불과 2.1% 늘었다.

박 위원은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노사 자율로 해결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고, 회사 안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을 정부로 가져가기 쉽지 않으니 사내 처리 원칙은 유지하되 괴롭힘 조사 결과를 당사자가 인정하지 못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 씨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프리랜서인 오 씨의 고용 형태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괴롭힘 여부를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지만, 고용 당국은 팬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하니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종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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