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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1월 수출액은 491억달러(약 72조원·통관기준 잠정치)로 지난해 1월보다 10.3% 감소했다. 재작년 10월 이후 이어진 수출 증가 흐름이 16개월 만에 멈춰 섰다. 반도체와 SSD를 포함한 컴퓨터 수출은 증가 흐름을 유지했으나 자동차와 석유화학, 석유제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주요품목 수출이 전년대비 줄었다. 지역별로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국가에 대한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수출 감소 여파로 1월 무역수지도 19억달러 적자로 재작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수입액도 6.4% 줄어든 510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수출액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1월 수출 감소는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컸다. 설 연휴가 지난해 2월에서 1월로 앞당겨지며 1월 조업일수가 전년 24일(토요일=0.5일)에서 20일로 줄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대비 7.7%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2월은 조업일수가 전년 20.5일에서 올해 22일로 늘어나는 만큼 수출 감소는 한 달 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부터 주변국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며 우리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와 중국산 제품 10% 관세 부과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은 직접적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실제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 캐나다·멕시코·중국 3개국은 미국 행정부의 발표와 함께 보복 관세를 포함한 상응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대미 수출 과정에서 관세 압력을 받아 제삼국 대체 수출에 나선다면 안 그래도 커지던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화할 수 있기에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 압력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관세 부과 계획, 우리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도 수차례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도 0.29%∼0.69%포인트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최대 분수령은 4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과 함께 상무부 등에 4월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종합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우리 통상 당국은 이때 보편 관세를 포함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무역정책 틀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당국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미국 통상 정책 라인이 갖춰지는 대로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이때 발표될 새 정책에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당국은 특히 중국을 배제한 자국 제조업 부활을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풍부한 공급망을 갖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직접적인 통상 압력을 최소화할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 조선산업과의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 정책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이달 중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현재 준비 중인 범정부 비상수출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조업일수 영향으로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우리 수출 모멘텀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미국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업계와 면밀히 점검해 우리 수출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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