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대표하는 미학자이자 예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이에 대한 인천의 정체성을 살리도록 ‘우현의 길’을 조례 등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순례길학교와 인천언론인클럽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중구와 동구 일대에서 우현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리기 위한 기념 걷기 행사와 세미나를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우현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인천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그의 미술사적 기여를 되돌아보며, 한국 미술과 문화에 미친 영향을 깊이 이해했다. 또 우현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학술 활동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며, 그의 업적을 알리는 노력이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우현의 길’ 조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고, 인천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유섭 평전’을 쓴 이원규 작가는 “우현은 인천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 미술사의 자긍심을 높인 중요한 정신적 보물”이라며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교육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천시의 조례 제정을 통해 ‘우현로’와 ‘고유섭 길’ 등 ‘우현의 길’을 조성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인천을 인문학적 품격이 높은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대석 교수(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고유섭 눈에 비친 고려청자의 비색’을 주제로, 그 미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우현은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무관심의 관심이 조화를 이룬 ‘구수한 큰 멋’이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청자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신앙·생활·미술이 어우러진 민예(民藝)로서 탄생한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권오현 교수(순례길학교 사무총장)는 “인천은 1883년 개항과 함께 각국의 조계지 역할을 해온 도시”라며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 재개발이 지속가능하려면 문화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문화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현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우현의 길’은 인천의 문화적 깊이를 체험하며 역사와 이야기를 잇는 탐방로로, 도시 재개발과 문화적 접근의 조화를 이끄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인천 둘레길 12코스(성창포길)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개항 이후 인천의 근대 문화와 역사적 흔적을 체험하며 우현 선생 관련 장소를 걷기도 했다. 이들은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출발해 배다리사거리와 답동성당을 지나 홍예문과 자유공원, 개항박물관, 제물포구락부를 거쳐 인천역까지 약 5㎞를 걸었다.
조용주 순례길학교 대표는 “우현은 인천 출생으로, 그의 정신은 민족적이고 창의적이다”며 “이는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릴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의 정신을 조명함으로써 우리 문화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우현 탄생 1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유중호 인천언론인클럽 회장은 “그동안 많은 사람이 우현 선생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그의 업적과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인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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