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미 해군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 의지를 공식화했다. 연간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해 안정적인 실적을 챙기려는 의도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고 군함 건조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하자 국내 조선업계의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지난달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미 해군 함정 5∼6척의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2척의 MRO 사업을 따냈다.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에 이어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수리 사업을 맡았다. 이들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본국으로 인도된다.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잠수함이나 함정의 운영 기한은 최대 40년으로 주기적인 유지·보수·정비를 받아야 한다. 잠수함 한 척이 인도되면 수십년간의 MRO 수요가 발생하는 구조다. 올해 미 해군은 10척 안팎의 물량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 해군 MRO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정보 분석 기관 비즈윗에 따르면 세계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66억 달러에서 2030년 705억 달러까지 커진다.
한발 더 나아가 미 해군 군함 건조 사업 수주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해상 패권을 넓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군함 발주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MRO 사업 5∼6척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수주가 늘어나면 중소 조선소와 협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화시스템(272210)과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현지 사업 확대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올해 2~3척의 미국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도크(선박 건조장) 부족으로 입찰에 불참했지만, 올해는 사업 참여 포부를 밝히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조선소 지분 투자·임대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중형 조선사인 HJ중공업(097230)도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방사청으로 해군의 유도탄고속함 18척의 성능개량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함정 MRO 역량을 키우고 있다.
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 이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우방국인 한국과 협력으로 과거 세계 조선업을 이끌었던 미국 위상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 사이클을 타는 상선 사업이 부진해도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다"며 "몇몇 MRO 사업엔 국내 조선사 간 동반 입찰로 경쟁 구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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