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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안에서 갑자기 연기가 났다. 연기는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 보조배터리에서 비롯됐다.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곧바로 연기를 진압했지만 보조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 1명은 화상을 입었다.
해당 승객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지난달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휴대전화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하고 잠이 들었다는 그는 “사람들의 고함이 들렸고 순간 잠에서 깼다. 내 허벅지에 올려둔 휴대전화와 보조배터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순간 불이 붙었다. 나는 그걸 집어던졌다”라고 했다.
이어 “내 옆에 계셨던 남성분이 급하게 신발로 불을 끄려 했지만 그 순간 불길이 좀 더 크게 일어났다. 승무원께서 침착하게 단 몇 초 만에 소화기로 불을 껐다”고 덧붙였다.
손과 허벅지에 화상을 입고 승무원과 김해공항 소방구조대에게 응급 처치를 받는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당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고, 에어부산은 모든 승객을 하차시키고 대체편을 투입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쓰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모든 분께 죄송함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난 비행기가 그대로 출발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정신이 없었지만 웅성웅성 소리도 없었던 것 같고 짜증 내시는 분도 없었고 제가 걸어나갈 때, 응급처치할 때도 걱정스럽게 봐주셨던 것 같다”면서 사과했다.
또 “에어부산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함과 더불어 감사함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소식에 “내가 보조배터리를 선반에 올렸다면… 불이 나도 한참 후에 알았을 거다. 그 생각만으로 힘들었고 내가 다쳐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충분히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그날 그 사고”라고 떠올렸다.
이번 사고는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내 선반 보관함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면서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은 비상 탈출했다.
화재 원인은 휴대용 보조배터리나 기타 전자 기기 등 승객이 가져온 짐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함량 2g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용량 100Wh 이하의 경우 1인당 5개까지 객실 반입이 가능하다. 노트북, 태블릿 PC, 전자담배 등 전자 기기도 휴대할 수 있다.
일각에선 기내에 반입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를 승객이 직접 관리해야 하며 선반 등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에서 “리튬 보조배터리 등 위험물 적재에 대한 국제운송협회 규정에는 ‘내가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주 깊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31일부터 항공기 이륙 전 보조배터리는 승객이 몸에 지니도록 안내 방송하고 있으며 에어부산 역시 비슷한 내용의 기내 방송을 2차례에 걸쳐서 한다고 설명했다.
불이 나는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인 승객이 직접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휠체어나 심장박동기 등 의료용으로 보조배터리를 갖고 다니셔야 하는 분들도 있다”며 “최소한 항공기에 반입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승무원에게 얘기해서 따로 보관한다든지 화재 진압할 수 있는 수조 옆에 보관하는 방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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