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아카이빙] 보이지 않는 시간의 악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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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원 아카이빙] 보이지 않는 시간의 악보①

문화매거진 2025-02-01 15:41:50 신고

▲ Seokwoo NAM 남석우, 낙관과 낙담 사이Between Optimism and Discouragement. 2024, Oil on canvas, 193.9x130.3cm / 사진: 갤러리 기체 제공
▲ Seokwoo NAM 남석우, 낙관과 낙담 사이Between Optimism and Discouragement. 2024, Oil on canvas, 193.9x130.3cm / 사진: 갤러리 기체 제공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갤러리 기체에서 열린 ‘4분 34초(4'34")’는 존 케이지의 음악 ‘4분 33초(4'33")’에서 시작한다. 이 곡에서 연주자는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침묵이 흐르는 동안, 관객은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의 소음을 듣고, 자신이 속한 환경과 감각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 전시는 이러한 원리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김규현, 남석우, 서혜연, 알렌 페델 케밤 네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익숙한 풍경과 사물을 낯설게 만들며,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흐르는 감각을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김규현의 작품은 공간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다. 그는 특정 풍경을 그대로 그리는 대신, 그것을 해석하고 분해해 다시 구성하는 방식으로 회화적 공간을 구축한다. 트롱프뢰유 기법을 활용해 평면과 입체, 환영과 실재를 넘나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눈앞의 이미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혼란을 느끼게 한다. 

‘아틀리애 산책(엘스터강)’(2024)은 분할된 구성을 통해 그림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공간이 과연 고정된 실체인지, 아니면 인식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것인지 묻는다.

남석우는 기억과 이야기의 구조에 관심을 둔다. 신화, 문학, 개인적 경험에서 가져온 단서들을 하나의 화면에 병치하며, 특정한 내러티브로 수렴되지 않는 복합적인 장면을 만든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무대 위의 배우처럼 특정한 행위를 수행하는데, 이는 단순한 정지 화면이 아니라 연극적 움직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밀어 넣어진 뿔과 뚫린 구멍 사이로’(2024)는 ‘저장’과 ‘보존’을 키워드로, 이미지와 이야기가 어떻게 지속되고 변형되는지를 탐구한다. 남석우의 화면은 마치 한 문장이 끝나기 직전, 다음 장면이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영화의 한 프레임처럼 다가온다.

서혜연은 신체를 하나의 고정된 형상이 아닌, 흩어지고 다시 조립될 수 있는 유기적 구조로 바라본다. 그는 인간의 몸을 해체하고, 다시 배열하며, 그것이 물질로서 지닌 가능성을 탐구한다. ‘둥둥랜드’(2024)는 철사, 3D 프린팅, 네거티브 캐스팅을 이용해 신체의 조각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하나의 장면처럼 배치한 작업이다. 신체의 부분들은 마치 유영하는 듯한 상태로 떠 있으며, 각각은 독립적인 형태를 가지지만 동시에 서로 연결될 가능성을 가진다. 이 작업은 단순히 몸을 조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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