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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 2025-02-01 15:35:47 신고

▲ 야생의 얼룩말 모습 / 사진: depositphotos 제공
▲ 야생의 얼룩말 모습 / 사진: depositphotos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펭귄은 군집생활을 한다. 펭귄들은 수영 경로를 공유하고 먹이를 통해 서로 도움을 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몸을 가까이 붙여 생활하는 것이 추운 환경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펭귄들은 모여서 생존력을 높인다.

얼룩말도 군집생활을 한다. 얼룩말은 각자의 무늬로 서로를 인식한다. 얼룩말 무늬는 야생에서 눈에 잘 띄는 무늬이기에 너무나 쉽게 사냥감이 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포식자 동물은 얼룩말이 모여있을 때 그들을 개별적인 개체로 구분하는 것에 혼란을 느낀다고 한다. 얼룩말은 모여서 생존력을 높이는 것이다.

동료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다. 가벼운 대화를 하다 보면 가벼운 제안이 오고 가벼운 만남이 시작된다. ‘그럼 한번 와보세요!’ 한마디에 웃으며 산책 가듯이 어딘가에서 그들을 만난다.

처음의 가벼운 마음과 다르게 대화를 하다보면 항상 비장한 생각들이 곳곳에 담겨 있는 것을 금방 눈치챈다. 생각들은 각자의 삶과 닿아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가벼운 말들도 무게감이 꽤 있다. 그러다가도 작은 농담에도 금방이고 깔깔 웃어버리는 것을 보아하니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동료 같다. 또 누군가를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일까? 오랜만에 만난 동료 작가의 얼굴이 꽤 초췌하다.

최근 기획자나 작가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들을 자주 목격한다. 어느 정도 지인들이 많아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혼자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기획자 주변으로 모인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은 워크숍을 시작하기도 하고, 기획자들을 모아 삶과 예술이 닿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장을 여는 이들도 있다. 각자의 작품을 들고 새로운 공간을 찾으며 도시를 두리번거리는 작가들도 있다. 큰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에서 작은 사람들이 모여 걸어온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조금은 지친 사람들처럼 보인다. 다크서클, 백팩, 옆에 껴있는 텀블러, 모자, 목도리 등 작업과의 별개의 다른 일들로 살아내는 그들의 하루가 길어 보이지만, 커피는 사주겠다고 말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외투를 입고 우르르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빈 의자들이 남는다. 깔깔깔. 그들이 모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혼자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 맞다. 작가의 작업이 공간에서 홀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과 다르게 어울린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예술계라는 좁은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와 같이 걷는 건 꽤 도움이 된다. 그것은 ‘혼자’의 반대 선상에 있는 다수와의 관계 맺기가 아니다. 그들은 가끔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또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존중과 배려만 있다면 이런 형태의 모임은 아주 캐주얼한 회사처럼 각자의 할 일과 필요에 의해 계속해서 유지되고 나아간다. 

또 모이게 되었다.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도 추천해본다. 자발적으로 한 모양의 발자국만을 남기며 혼자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작업하는 삶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과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믿는 것, 그저 같이 있다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큰일도 나누면 작은 일이 된다는 것. 그런 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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