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WA 대변인 "빈 건물이었다고 해도 심각…가자지구 구호 지속"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인질이 됐다가 15개월 만에 풀려난 여성이 가자지구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시설에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영국 이중국적자인 에밀리 다마리(28)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마리는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손과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하마스 무장대원에 납치됐다.
그는 이후 최근까지 가자지구의 UNRWA 시설에 갇혀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상 치료를 위해 약품을 요구했지만 하마스가 준 건 '유통기한이 지난 요오드 한 병'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임시휴전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19일 다른 여성 인질 두 명과 함께 풀려났다.
하지만 다마리는 손가락 두 개를 잃은데 더해 "다리의 총상도 낫지 않은 상태였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러한 폭로는 UNRWA가 유엔 기구이면서도 하마스와 유착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전쟁 때 팔레스타인 난민 70만명을 지원하려고 설립된 유엔 산하 구호기구다. 2007년부터 하마스의 통치를 받아온 가자지구에서는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재작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다마리를 비롯한 250여명을 납치했을 당시 UNRWA 직원 12명도 공격에 참여했다고 주장했고, 최근에는 아예 UNRWA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번 전쟁을 기획한 하마스의 전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도 작년 이스라엘군에 사살됐을 당시 UNRWA 신분증을 지니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엣 투마 UNRWA 대변인은 BBC 방송 인터뷰에서 "인질이 UNRWA 건물에 갇혀 있었다는 이러한 주장은 비록 그 건물들이 빈 상태였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내의 많은 UNRWA 시설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만큼 다마리가 이런 시설 중 하나에 감금됐다고 하더라도 알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별도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UNRWA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의회(크세네트)는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동(東)예루살렘에서의 UNRWA 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지난달 15일 발효했지만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UNRWA 활동까지 금하지는 않았다.
투마 대변인은 "UNRWA가 계속 물자를 반입해 나눠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매우 취약한 상태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이 위험에 처하고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최근 42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3일부터 영구적인 휴전에 들어갈지를 놓고 협상에 들어간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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