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그곳은 우리 땅, 미국에서 무단 점령"…대통령 "미 신정부 잔혹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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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쿠바 정부가 테러용의자에 대한 초법적 구금과 고문을 비롯한 인권침해로 악명 높았던 관타나모 수용 시설에 불법 이민자를 수감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31일(현지시간) 쿠바 관영매체 그란마에 따르면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내 "건설과 서비스 등 미국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노동력을 제공해 온 이들이 적대감에 찬 미국의 외교 정책에 의해 강제로 이동될 처지에 놓였다"며 "우리는 이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그들을 가두기 위해 제안된 지역은 미국 땅이 아닌 쿠바 영토"라며 "미국에서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군사 시설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이 수십년간 구금돼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체포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관타나모에 수용하는 것을 준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타나모에는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자인 불법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는 3만 개의 침상이 있다"고 말했다.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미국에서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에는 테러용의자 구금·수용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 시설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만들었다
한때 780명 이상이 수감돼 있었는데, 미 당국에서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를 장기간 가둬두거나 물고문을 자행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던 예멘 국적자 11명을 중동 내 우방국인 오만으로 이송했다면서, 관타나모 수용소에 남은 수감자 수를 15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별도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불법 점령지인 관타나모에 이민자를 보내는 건 미국 신정부의 잔혹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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