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두 번째 내란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7번째 거부권 행사 기록이다.
최 대행은 여권의 '특검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이미 기소돼 재판이 시작된 상황에서, 별도의 특검 도입이 필요하느냐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최 대행은 그간 여야 합의, 정치적 리스크 해소 등을 원칙으로 강조해 왔으며, 이번 결정도 이러한 기조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법제처 의견 조회와 국무위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이를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은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하지만, 이번 특검법은 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점도 문제로 지적힌다.
반면, 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대행이 여야 합의를 내세워 시간을 끌다가 사실상 윤 대통령 방탄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야권은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규명하고, 가담자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등 추가 수사와 기소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 그리고 국민들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청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또한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며,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 대부분 구속 기소돼 재판 절차가 시작됐고, 사법 절차가 이미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최 대행이 강조해 온 위헌적 요소가 있거나,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법안,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안은 계속 거부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행은 앞서 △1차 내란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초중등교육법 △방송법 개정안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거부권을 쓴 바 있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은 윤 대통령이 이미 재판에 넘겨진 만큼,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당초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던 율사 출신의 한 전직 여당 의원도 "이미 윤 대통령이 기소된 상황에서 내란 특검은 의미가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 특검을 만들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과 여당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야당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특검법이 대선을 겨냥한 정쟁용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새로 밝혀낼 내용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을 밀어붙이는 것이나, 매일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도록 한 조항 등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최 대행을 '내란 부역자'라고 비판하며 반발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내란 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최 대행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최 대행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지지율 하락 속에서 탄핵 정국으로 몰아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이 역풍을 우려해 초강경 대응보다는 여론전을 통해 비상계엄 사태의 정부여당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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