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공을 계기로 한국과 해외 주요국의 AI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AI 빅테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 배경에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우리나라 역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 정부의 혁신적인 첨단기술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AI 관련 법안에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 위주의 내용만 담겨 있는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남아·아프리카 보다 못한 한국 AI 운영 환경"…기술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AI 산업
지난해 영국 데이터분석 매체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글로벌 AI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총점 27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은 각각 100점, 54점을 기록하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싱가포르(32점), 영국(30점), 프랑스(28점) 등의 국가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7개 세부항목 중 엄격한 규제, 제도 정비 부재 등 'AI 운영환경(64점)' 부분에선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항목 순위 역시 미국(96점), 중국(70점)은 물론 필리핀(78점), 르완다(68점), 케냐(68점) 등 일부 동남아·아프리카 국가보다도 낮은 35위에 머물렀다.
현재 한국은 미국, 중국 등과 달리 벤처 생태계에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상 허용하는 것들 이외에 모든 것을 금지하는 사전 규제로 신기술 개발 및 사업화 단계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들이미는 규제 방식이다. 반면 그동안 주요국들은 주로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을 적용해왔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사후 규제로 포지티브 보다 규제 강도가 현저하게 낮다.
이번에 '딥시크' 열풍을 낳은 중국 역시 지난 10년간 스타트업 육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2015년 중국 정부는 '대량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위험 시범 기지'를 설립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엔젤 투자자 및 벤처 캐피털(VC) 기관의 육성을 장려했다. 또 중국의 모든 유형의 중소기업에 세금 기반 감소와 함께 법인세 세율을 20%까지 낮추는 등 풍부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더 많은 대학 졸업자들을 기업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대학생 창업 프로젝트 활성화, 대학원생 대출 금액 증대 등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그 결과 중국은 2018년 하반기 벤처 캐피털(VC) 투자 금액 1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미국을 앞섰다.
반면 한국은 AI 정책에 있어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형국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발의된 AI 관련 제정 법안은 총 11개인데 대부분 AI 산업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례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진흥 및 신뢰 확보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는 AI 사업자에 대해 제품·서비스 출시 전 정부 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 역시 고위험 AI를 개발하는 기업이 정부 검증을 받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을 담았다.
국내 AI 사업의 엄격한 규제 영향으로 한국의 AI 인재들은 더 나은 사업 환경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실정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났다. 지난해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 스타트업은 총 148 곳으로 4년 만에 40% 넘게 급증했다.
정치권에서도 딥시크의 등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재 육성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공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 인재를 위해 장기간 일관되게 투자해온 중국의 국가 주도의 산업 기술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은 오직 혁신 성장의 길뿐이다"고 밝혔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은 "AI 산업의 투자가 국가적 경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AI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장애물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다"며 "미래가치는 도전정신에 의해서 발현되는 것인데 의대쏠림현상, 부동산 열풍 등 정치·사회적으로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팽배해 국가 발전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은 타국에 비해 고도화된 지식을 가진 유능한 AI 인재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지만, 연구원들의 능력에 비해 처우가 매우 부실해 미국, 중국 등 각국으로 국력 유출이 진행되는 상황이다"며 "현 트럼프 정부는 실리콘벨리 정권으로 불릴 만큼 AI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역시 이에 걸맞게 투자금을 대폭 늘려 AI 산업 개발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가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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