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는 '확증편향' 시대다. 빅테크가 좌지우지하는 알고리즘 덕분에 자신의 견해와 주장에 맞는 것은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외면할 수 있다. 확증편향이 망상과 연관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거나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위정자와 국가들이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 자충수를 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인간이 개인의 합리성보다는 집단사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본인 견해를 고수하는 것도 집단을 향한 충성심에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행동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살피고, 판단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예측해 봐야 한다. 현실을 직시한 자기반성 과정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기반한 '현타'가 온다.
'현타'는 현실 인식 타임의 줄임말로 2010년대 초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이상적인 상황과 현실의 괴리를 깨달을 때 느끼는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초기에는 게임에서 본인 보유 캐릭터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쓰였지만, 점차 일상생활에서 현실적 장벽에 마주할 때 느끼는 허탈함과 실망감을 유머 있게 표현하는 데 사용하게 됐다. 극도의 혼란과 충격 상태인 '멘붕' 보다는 약한 좌절의 순간에 쓰인다.
2025년은 육십갑자에 따른 을사년이다. 대한제국 외교권을 강제 박탈하고 사실상 식민지로 만든 을사늑약을 맺은 1905년 11월의 기억 탓에 '우리는 을사년마다 고초를 겪는다'라고 생각한다. '남 보기에 탐탐 하지 않고 몹시 쓸쓸하다' '싸늘하고 스산한 기분'을 표현하는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도 이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을사년 같다'라는 표현이 발음이 변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 앞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탄핵정국,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팍팍한 살림살이 등 불편함이 놓여있다. 미국발 고관세 정책 및 인플레이션 압력, AI가 주도하는 기술변화 등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고관세 정책은 우리나라 수출 감소, 기업 실적 및 투자 악화, 고용 감소 및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수십 년 동안 유효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도 양자 무역 주의로 재편되는 현재에선 과거처럼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9%에서 1.6%까지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는 617만900명을 기록하며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결과겠지만 경제 동력이 악화한 방증이다.
현재의 불확실성과 우려는 지난해부터 예견돼 있었기에 이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듯이 많은 사람이 경고하면 실제 위기가 오더라도 갑자기 들이닥칠 때보다 충격을 줄일 수 있다.
110년 전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삼성그룹을 뛰어넘는 유일한 기업을 일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정신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는 "확실히 좋은 때 나쁠 때는 있다. 그러나 좋은 때라고 해서 손 놓고 놀아도 마당으로 호박이 혼자 굴러들어와 주는 것은 아니며 나쁜 때라고 해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데 더 나쁜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고 발생 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금 우리는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맞춰 우리 경제 환경과 기업의 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기다. 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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