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밍'(Zhang Yiming). 중국 최고 부자의 이름이다.
최근 주요 외신들이 인용한 '중국판 포브스' 후룬(胡潤) 연구소에 따르면 개인 재산이 493억달러(한화 약 68조원)로 평가된 장이밍이 지난해 중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그가 인구수 14억2000여만명의 중국에서 최고 부자에 오르는데 출생 후 41년(1983년생)이면 충분했다.
장이밍은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텐진 난카이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여행 정보검색업체인 '쿠쉰'을 시작으로 '판퍼우' '99팡' 등을 창업했다.
여러 회사를 창업하면서 장이밍은 뉴스를 보는 모바일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을 전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는 2012년 뉴스 앱 '진르터 우탸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관심있는 뉴스를 자동 추천해 주는 것으로 출시 초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를 중국 최고 부자로 이끈 것은 바로 '틱톡'(TikTok)이다. 틱톡은 그가 설립한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만든 짧은 동영상 위주의 SNS 플랫폼이다.
장이밍이 바이트댄스에서 틱톡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것은 2016년 경이다. 그리고 불과 4년여만에 틱톡은 전 세계 SNS 사용자들에게 당시 최고 인기였던 페이스북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실제 틱톡의 인기는 출시 초부터 가파르게 치솟았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한다는 틱톡의 컨셉은 전 세계 MZ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영국 등에서 틱톡이 유튜브의 인기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유럽 및 북미에서의 인기도 시들 줄 모른다. 전 세계 150개국 75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억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년여만이었다.
글로벌 서비스로 출시된 지 3년여만인 2020년 1분기에만 틱톡은 3억1500만회의 앱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이같은 기록은 당시까지 출시된 모든 앱을 통틀어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였다.
2021년 7월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30억 건을 돌파한 틱톡의 인기는 경쟁사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도 각각 '쇼츠'와 '릴스'라는 숏폼 서비스를 출시하게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2021년 전 세계 웹사이트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한 것도 틱톡이었다. 틱톡의 1위 자리에서 밀어낸 것은 구글이었다.
블룸버그 역시 이미 2022년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가 약 2500억달러(한화 약 360조원)로 '팡'(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filx, Google)의 일원 중 하나인 넷플릭스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뉴욕 증권가에서는 바이트댄스가 상장할 경우 시장 가치가 5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지 이미 오래다. 2014년 5억달러(한화 약 7억원)에 불과했던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이제 1000배를 바라볼 정도가 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의 스타트업이 바이트댄스라는데 이론이 없는 상태다.
설립한 지 10년여만에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산 SNS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할 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왔다.
빠른 성장세가 오히려 난관이 되는 걸까? 바로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대표적 경계 대상이 된 것은 물론 미 대선 전후 '퇴출' 위기에 봉착한 것이 바로 바이트댄스의 틱톡이었다.
사실 바이트댄스의 급성장세 이면에는 위기도 상존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내 제재 움직임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바이트댄스의 성장에 가장 큰 위협은 한때 중국 정부였다는 점이다. 설립자인 장이밍 회장이 202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대대적 규제 대상인 빅테크 기업 중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가장 주시되기도 했다.
'공동부유'(共同富裕, 함께 잘 살자)를 강조하는 시징핑 주석의 지론에 장이밍과 바이트댄스는 역행한다는 중국 내 여론이 확산됐던 것도 사실이다.
'공동부유'는 부유층에 집중된 부를 일반에게 배분한다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단기간 거부가 된 젊은 기업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명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에 대한 중국 내 곱지 않은 시선은 사업 모델이 철저히 자본주의 속성에 닮았다는 여론 때문이다. 10억명을 넘는 중국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소비 지향 행태가 포함된 자본주의 속성을 전파하는 주요 수단이 틱톡이라는 판단이다.
재미있는 건 바이트댄스와 틱톡이 자본주의 견제에도 직면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 제한과 매각 여부에 관심도를 높여놨기 때문이다.
틱톡은 현재 미국 내 서비스가 중단 및 퇴출도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 등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규제의 명분이다.
하지만 틱톡의 미국 내 사업적 성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기심을 고조시켰다는 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경제적 최대 라이벌인 중국 기업이 미국 내 사업 성장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틱톡의 지분 절반을 누군가 사서 미국 정부에게 주면 사업을 허가하겠다"고 밝힌 것이 외신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인수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 등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인의 대명사격인 인물들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미국 지분이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다소 억지 논리를 트럼프 정부가 틱톡에게 펴고 있는 모양새다.
여하튼 틱톡의 미국 사업은 규제로 인해 사업 중단이 거론되면서도 '퇴출 결정 유예'라는 다소 황당한 결정으로 서비스는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41세 젊은 창업자를 중국 최고 부자로 만들어 준 '틱톡'의 향방이 미중 경제 패권 경쟁의 상징으로 까지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업계의 흥미로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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