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의 재부흥이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에 따라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방산 대신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한 삼성중공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오션 또한 해양플랜트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전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과 해양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하기 위한 설비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된 석유·가스 등 자원을 발굴·시추·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설비로, 1기당 2조~3조원에 달하는 초고가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설비 중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83기가 발주될 전망이다. FPSO는 해저 시추구로부터 원유나 가스를 끌어올려 정제, 저장하고 운반선에 하역까지 담당하는 설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LNG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수요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LNG 시장 규모의 확대는 곧 상선 외에도 FLNG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한다”며 “천연가스의 1/3이 바다에 매장된 바 FLNG에 대한 니즈가 동반 확대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건조됐거나 건조 중인 FLNG 10기 중 6기를 국내 조선소가 담당하는 만큼 해양플랜트 사업은 한국이 주도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삼성중공업이 FLNG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가진 만큼 ‘트럼프 효과’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바다 위 LNG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 정제해 이를 LNG로 액화한 후 저장·하역까지 처리하는 복합 해양플랜트 설비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중 모잠비크 코랄 술(Coral Sul) FLNG 2호기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의 규모는 2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미국 LNG 생산업체 델핀(Delfin), 캐나다 에너지기업 웨스턴(Western) LNG 등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최소 2기의 FLNG를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연간 1~2척의 FLNG 수주 체계를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또한 지난해 싱가포르 부유식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 제작기업 ‘다이나맥(Dyna Mac) 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해양플랜트 사업으로의 복귀를 알렸다. 다이나맥홀딩스는 FPSO와 FLNG 등에 들어가는 핵심 제품들에 대한 건조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다이나맥 경영권 확보로 한화오션은 해양사업분야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멀티 야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경쟁사 대비 높은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통해 해양플랜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양플랜트 사업분야의 해외 인재 확보 등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해양사업부장으로 필립 레비 전 SBM오프쇼어 아메리카스 시장을 영입한 데 이어 해양사업부에 SBM 출신인 시릴 뒤프레 상무, 머스크서플라이서비스 등에서 석유·가스사업을 담당한 라파엘 토메 상무, 글로벌 2위 해양플랜트 업체인 테크닙FMC 출신 서린더 파와르 상무 등 외국인 임원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난 10일 중국 위슨(WISON)조선소를 러시아 관련 제재 대상에 포함한 점도 국내 조선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OFAC는 위슨조선소가 러시아 에너지 부문 활동에 대한 물질적·기술적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위슨조선소는 미국 내 자산이 차단되고 미국인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제3국 기업이 제재대상 기업과 거래하거나 지원할 경우 동일한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사실상 글로벌 FLNG 시장 내 유일한 경쟁상대인 위슨조선소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중국 위슨조선소가 현재 건조 중인 FLNG 경험은 향후 사업에 큰 발판이 될 전망이었지만 이번 제재로 인해 앞으로 FLNG 수주를 받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인력과 자원이 많이 투입되는 FLNG 공사의 특성상 국내 조선사가 수주 척수를 급격히 늘리긴 어려우나, 독점공급에 가까운 상황인 만큼 선주와의 협상에서 계약의 우위를 점하고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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