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보유국 인정'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북한은 25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향해 "북한의 주권을 거부하면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28일에는 백악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자 북한은 29일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사실을 공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말폭탄을 주고 받다 결국 양자회담이 성사된 것처럼 이번에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양자회담은 '완전한 비핵화'와 '스몰딜'을 놓고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것".. 北, 순항미사일 발사
백악관 "北 완전한 비핵화해야".. 김정은 "핵방패 부단히 강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자신의 집권 1기때와는 달리 핵동결이나 핵군축 등 북미가 '스몰딜'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하며 김 위원장과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25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의 전쟁 억제 수단들은 더욱 철저히 완비돼 가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보다 강력히 진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과 본분에 항상 책임적으로 분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미 비난 담화도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최근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이 주권과 안전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서 최상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을 압박했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해 보내온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최근 불거진 '스몰딜'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29일 김 위원장의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 현지 지도 소식을 전하며 강경 모드를 유지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재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하고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며 "지금의 앙양된 기세를 더욱 고조시켜 무기급핵물질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화염과 분노" "책상에 핵 단추" 말폭탄 후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문가 "트럼프-김정은, 스몰딜 놓고 신경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지난 트럼프 1기 당시와 닮은 점이 있다.
지난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후에도 "로켓맨(김정은 지칭)은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작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김 위원장을 '병든 강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응수했다.
심지어 서로를 향해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새해 신년사에서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한테도 핵 단추가 있고, 그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는 점을 누가 그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게다가 내 핵 단추는 작동한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양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보다 핵군축이나 핵동결 등 '스몰딜'이 유리하고,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4년 임기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즉, '스몰딜'의 구체적인 협상을 앞두고 탐색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 군축, 이른바 '스몰딜'을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김 위원장이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을 포기할 생각이 결코 없다', '다음 협상은 비핵화 아닌 핵군축 협상이다'는 것을 이번 공개 행보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며 "우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향후 대미 협상에 있어 몸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내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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