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함몰에 긴장 고조…안개 속 구조와 불확실한 운전자 생사
땅 아래로 사라진 트럭…거듭된 붕괴에 200미터 대피령 발령
하수도관 부식이 부른 깊은 구멍, 다시금 노후 인프라 재조명
[포인트경제] 일본 사이타마현 야시오시(埼玉県八潮市)의 교차로 부근에서 대규모 도로 함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현지 당국이 긴급 구조 작업과 함께 대피령을 내렸다.
첫 번째 땅꺼짐은 지난 28일 오전 9시 40분경 발생했으며, 지름 약 56m, 깊이 약 510m로 추정되는 구멍에 74세 남성 운전자가 몰던 트럭 1대가 그대로 추락했다. 도로 아래 매설된 하수도관이 노후·부식으로 손상되면서 오수가 유출되고, 이로 인해 토사가 크게 유실된 것이 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 두 개의 구멍이 하나로 합쳐져/NHK 30일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소방과 경찰 등 구조대가 급히 출동했으나, 트럭의 운전석 부분이 물과 토사에 잠긴 상태여서 구조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구조대가 운전자와 의사소통을 시도해 어느 정도 반응을 확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이 두절됐다.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트럭을 들어 올리는 작업이 진행됐으나, 결국 적재함과 운전석이 분리되는 바람에 화물칸만 지상으로 올라왔고, 운전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운전석 부위는 싱크홀 안에 남았다.
사고 현장에서의 긴장감을 더욱 높인 것은 연쇄적으로 발생한 2차 땅꺼짐이다. 첫 번째 싱크홀이 생긴 지점에서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의 지반이 추가로 붕괴되면서, 직경이 3~4배 이상 큰 새로운 싱크홀이 형성됐다. 가게 간판이 땅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고, 전신주와 전선이 기울어지는 등 피해 범위가 더욱 커졌다. 구조대원들이 분주히 오가던 지역이었으나, 붕괴 직전 대원들이 신속히 대피해 추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야시오시는 이번 사고로 인해 가스관 파열의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현장 반경 약 200m 범위에 거주하는 주민 180여 명에게 긴급 대피를 권고했다. 노후 하수도관이 유실되면서 토사가 붕괴된 데 이어,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 역시 손상될 경우 2차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 당국은 “주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대피 소동이 길어질 수 있다”라며, “추가로 지반이 침하하면 가스 누출, 전기 시설 손상 등 복합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고 직후부터 시와 현은 하수도 사용량을 줄이도록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당부하고 있다. 야시오시 측은 방재 행정 당국과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정에서 배출되는 오수와 생활폐수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알렸다. 욕조에 남은 물을 재사용하거나 설거지 시 물을 받아 사용하는 식으로 하수도관에 들어가는 물 부담을 덜어야, 추가적인 지반 붕괴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이타마현은 하수도관 상류 부근의 오수를 퍼올려 인근 하천인 ‘신방천(新方川)’로 긴급 방류할 계획도 내놓았다. 방류 시 오수를 염소로 소독한 뒤 내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악취나 수질 오염 등에 대한 불안감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 관계자는 “우선은 추가 함몰을 막고 인명 구조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소방 당국은 트럭 운전자를 구출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지만, 함몰 구역이 토사와 물로 가득 차 근접 자체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미 트럭을 들어 올릴 때 지반이 크게 흔들려 2차 함몰이 일어난 터라, 더 무거운 장비를 동원하거나 인력을 배치하는 순간 또 다른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도쿄소방청과 사이타마시 소방국 등 인근 대도시 소방대도 지원을 나와 함께 구체적인 구조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노후 하수도관의 부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이타마현에 따르면, 땅속 약 10m 지점에 매설된 하수도관 일부가 균열 혹은 부식으로 손상되면서 오수가 주변 지반을 급격히 파고들었고, 그 결과 지반 내부의 빈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는 하수도관 주위 토사가 씻겨 나간 흔적이 확인됐으며, 함몰 지역이 확장되자 더 많은 지반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지반공학 전문가들은 “야시오시 일대는 모래 성분이 많은 연약지반이고 지하수 수위도 높아, 땅이 한 번 균열을 일으키면 주변으로 빠르게 퍼지며 대형 싱크홀을 유발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붕괴의 현장/NHK 30일 보도분 캡쳐(포인트경제)
특히 첫 번째 싱크홀에 떨어져 있던 트럭이 어느 정도 지반 균형을 유지해주던 역할을 했는데, 트럭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그마저도 없어지자 땅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형 크레인 차량의 무게가 추가로 작용한 점 역시 지반에 큰 압력을 가해, 2차 함몰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조대는 이후의 인양 및 수색 작업 때 더 신중하게 장비를 들여놓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적으로 연간 1만 건 이상의 싱크홀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 중 하수도 노후화가 원인이 된 사고는 약 4천 건에 달한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위성도시들은 1960~70년대 대규모로 매립된 하수도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부식이나 균열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는 하수도관이 깨졌는지, 누수가 일어나는지 등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관의 부식 여부나 벽 두께 감소 등 정밀 검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야시오시와 사이타마현은 드론과 특수 장비를 동원해, 함몰 사고 지점 인근 도로 아래의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 중이다. 지하 3m 깊이까지 레이더 탐지를 통해 공동이 있는지 확인하면, 앞서 발견되지 않은 싱크홀의 전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업체는 “데이터를 분석해 비정상적인 파형을 찾으면 땅속 빈 공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추가 함몰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구역에 대해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운전자 구조 시점을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물과 진흙이 끊임없이 흘러들어가고, 지반 자체도 극도로 불안정하다 보니 함부로 인력을 투입하기 힘들다”라면서도 “생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모든 방법을 모색해 구조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현장에는 일본 경찰과 소방, 그리고 자위대에 준하는 장비가 동원돼 있어, 상황이 좀 더 안정되는 대로 본격 수색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벌어진 대형 지반 붕괴라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지반 조건을 갖춘 다른 도시 지역에서도 언제든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노후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예방 차원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이타마현 지사는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중앙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하수도관 전수조사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위에 커다란 구멍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발생한 일련의 땅꺼짐 사고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대형 트럭 운전자 구조와 현장 복구 작업이 언제쯤 가능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야시오시 일대 주민들은 추가 붕괴와 가스 누출에 대한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심 노후 하수도관 및 지하 인프라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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