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국적 항공사들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국제유가 하락세가 항공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고환율 장기화로 인한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싱가포르항공유(MOPS)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경영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일부터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를 각각 7.1%, 3% 인상한다. 대표적인 국제노선인 도쿄 구간의 경우 대한항공은 2만24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만4000원에서 2만4800원으로 조정된다. 다낭 노선은 대한항공이 3만36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이 3만8100원에서 3만94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유류할증료 인상에 동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C들의 경우 달러 표시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외견상 동결된 것처럼 보이나, 원화 환산 시 실질적인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유 가격은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항공유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2월 적용될 국제선 유류할증료의 기준가격은 갤런당 214.13센트로, 전월 210.59센트 대비 1.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유류할증료 부과 구간은 1월과 동일한 7단계(최소 1만5000원~최대 9만4500원)를 유지하게 됐다.
현재 항공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를 기록했으나,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했다. 항공사들의 경우 연료비(34%), 정비비(10%), 공항관리비(8%) 등 주요 비용을 외화로 결제하고 있어 고환율 상황이 직접적인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석유·천연가스 증산 정책을 강조했으며, 지난 23일에는 산유국들에 대한 원유가격 인하 압박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23일 기준 WTI는 전거래일 대비 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 브렌트유는 0.90% 하락한 78.29달러를 기록하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3·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 1달러 변동 시 약 3100만달러의 손익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가격과 일반 유가는 완벽한 연동관계는 아니지만, 유가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유류할증료 산정 방식의 특성상 실제 효과는 일정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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