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176명 무사 탈출에도 탈출과정 논란.. 화재원인으로 보조배터리 지목

[이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176명 무사 탈출에도 탈출과정 논란.. 화재원인으로 보조배터리 지목

폴리뉴스 2025-01-30 13:00:11 신고

불탄 에어버스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설을 하루 앞둔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이었고, 불길이 기내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하는 데 성공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자칫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이어 한달 만에 대형참사가 반복될 뻔했다.

특히, 탈출 과정에서 승객이 비상구를 직접 열고 탈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어부산 측의 탈출 대처가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승객이 임의로 비상구를 열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며 메뉴얼대로 대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화재로 승객 비상탈출.. 소방당국, 연료탱크 폭발 차단 주력

28일 오후 10시 15분경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객과 승무원은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슬라이드를 타고 대피하는 과정에 승객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이번 화재는 항공기 꼬리쪽 수하물 선반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항공기 뒤편 수하물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가 났고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오는 사이 불이 번졌다. 

불이 빠르게 옮겨붙자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38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68대와 인력 1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총력전을 폈다.

한국공항공사 소방대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공군분대 소방대도 뒤를 이어 불길을 잡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화재는 대형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이어서 항공유 3만5천 파운드가 날개 쪽 연료탱크에 가득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1시 24분께 큰 불길은 잡혔고, 화재 발생한 지 1시간 16분 만인 11시 31분께 완전히 꺼졌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2007년 10월 30일 제작된 기령 17년의 에어버스 기종이다. 

에어부산은 항공편 수가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10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사고로 그 기록이 깨졌다.

화재 진압 중인 소방당국 [사진=연합뉴스]

국토부 "에어부산 화재 날개·엔진 손상없어.. 테러 용의점 없다"

경찰, 업무상 과실치상 여부 확인

정부는 이번 화재 사고 직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를 현지에 급파해 원인 조사에 나섰다. 

항철위는 이날 오전 5시55분부터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관계기관 대터러 조사를 실시한 결과 뚜렷한 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탑승객들의 증언처럼 선반 속 물체가 발화지점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토부는 항공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현장에 부산지방항공청장을 중심으로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며 사고 수습 중이다. 부산시도 시민안전실 사회재난과장 등 관련 부서 공무원을 현장으로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8일 사고 직후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피해 규모와 구조를 지시한 데 이어 29일 오전 10시30분께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방문해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박 장관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항공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지원 및 보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화재 원인은 소방 당국과 항철위가 합동으로 조사하고 이와 별개로 부산경찰청은 수하물 반입 규정을 점검하고, 기체 전력 설비 문제 등을 확인해 항공사 등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탑승객 "탈출 대처 미흡" vs 승무원 "메뉴얼대로 대처"

이번 화재 당시 긴급 대피 상황에서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고 탈출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어부산 측의 탈출 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화재 안내가 없었고 문을 열어 달라고 해도 승무원들이 비상구를 열어주지 않아 승객 중 일부가 힘을 합쳐 문을 열고 비상구 슬라이드를 펼쳐 탈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긴박한 화재 상황해서 관련 절차에 따라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비상구열 좌석 탑승객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 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만 착석 가능하다"며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과 탈출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승무원에게서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과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한 후 비상탈출 선포해 승객 전원이 신속하게 대피하게 했다"며 "별도로 안내방송을 할 시간적 여력 없이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이었으며, 짧은 시간 내 관련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승객이 임의로 비상구 문을 여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승무원의 1순위 업무는 비상탈출과 탈출 대비 업무"라면서 "엔진이 작동하고 있어 승객이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면 어떡할 것이냐. 비상 상황 발생 시 내·외부 상황을 판단하고 탈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연 문이 안전했으니 다행이지, 절대 잘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사고 발생 시 승무원은 가장 마지막에 나간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승객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으나 매뉴얼에 기반한 지시에 따라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화재 진압 완료된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여야 "사고원인 규명하고 대책 강화".. 기내반입물품 규정 강화 필요

여야는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 조사와 수습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정부는 물론 항공업계 차원에서도 항공기 안전 전반 및 관련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근본적 대책 수립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국민 안전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사고로 항공기가 반소됐지만, 시민과 소방 등 관계자들의 신속하고 차분한 대응 덕에 큰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며 "참으로 다행이다. 대피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항공 참사가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다시 항공기 사고가 일어난 만큼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안전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항공 당국의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에 "이번 사고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가항공 전체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질 수도 있다"며 "정부의 안전 의식과 태도, 제도적 문제를 샅샅이 훑어보겠다. 무엇보다 최소한 법정 정비인력을 확보하고, 자체 유지보수정비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정부와 업계에 촉구해 그 결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다.

일가에서는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항공기에 반입된 보조배터리에 따른 사고는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은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물칸 위탁을 금지하고 있다. 보조배터리에 대해 소량만 기내 반입을 허용한 것은 불이 났을 때 화물칸보다  대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행 대한항공 기내 반입 규정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부치는 짐)이 불가해 직접 휴대해야 한다. 용량에 따라 100Wh(와트시) 이하 배터리는 최대 20개, 100Wh 초과 160Wh 이하 배터리는 최대 2개까지 휴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조배터리 폭발 및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기내 휴대도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 휴대의 의미는 그 물건을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타라는 뜻"이라며 "오버 헤드빈에 넣는 것은 기내휴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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