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양자, 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불어 닥친 ‘허리케인’급 변화에 글로벌 과학기술계에 충격이 가해졌다. 강도 높은 규제 정책과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시장구조 재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 협력 등 전방위적 압박과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의 우려도 크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변화에서부터 빅테크 주도의 대 AI시대로 이행 등 기술 혁신이라는 화두를 빌미로 한 본격적인 패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한 쪽에 유리한 관세제도 확충 등 수많은 분야에서 미국과 교류를 해오고 있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결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산업의 보호와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美 중심 AI 시장 더 커진다···첨단산업 수혜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는 과거 1기 행정부의 방향성과 전반적인 유사성 띨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AI, 양자분야 등 미래 핵심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시장 주도권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국 기업 및 시장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된다.
실제 미국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인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에 AI 전문가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선임되면서 AI 정책 확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공급망 재편 결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공동으로 5000억 달러(한화 약 718조원) 규모의 메가톤급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 프로젝트는 텍사스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고 소프트뱅크는 재무, 오픈AI는 운영을 담당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3일 미 상무부는 미국산 AI 칩과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고 수출과 재수출, 국가 내 이전 등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 R&D 투자를 미국에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거대 패권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여파로, 우리나라가 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더욱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따라 직접적인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AI 등 첨단 분야의 대중제재 동참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AI와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트럼프의 대중국 제재 강화를 위한 정책적 압박의 일환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우주탐사도 트럼프 정부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를 위해 만드는 대형 추진 로켓 ‘SLS’ 대신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 발사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SLS는 한 번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만 40억달러에 달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NASA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계획’도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우주탐사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NASA의 비효율을 여러 차례에 걸쳐 비판하기도 했다.
◇경쟁에 밀린 기후·환경···‘초개발’ 시대가 온다
기후변화 대응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폐기 1순위로 예상된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반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하며, 두 번째 탈퇴를 결정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21차 유엔기후 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환경 정책의 방향성은 쉽게 말해 ‘초개발’로 귀결된다. 화석연료 개발 확대를 비롯해 각종 규제 완화와 친환경 정책 축소 등 이전 정부의 기후환경 정책의 근간을 뜯어 고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환경 에너지 전환과 탄소배출 감축을 중심으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언급했다. 배기가스 규제가 전기차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증가시키고 전력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며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종료를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위기는 엄청난 과소비와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래서 오늘 저는 국가적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이라며 “그린뉴딜을 끝내고 전기차 의무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한 저의 신성한 서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에 다른 대응 및 변화와 관련해 즉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이 장기적 기후위기 대응에서 벗어난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결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추가적인 여파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관계자는 “AI, 양자, 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선도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경쟁력 구축과 함께 우리 시장에 미칠 파장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