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강달러’ 현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예고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이 ‘삼각파도’가 돼 은행권을 덮쳤다.
강달러 현상은 은행의 ‘자본건전성’, 금리 인하는 ‘이자이익’, 상생금융은 ‘수익’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출 자산 확대와 이후 고금리 시기 거치며 역대급 실적을 거듭해 온 은행권은 실적 파티의 마지막이 예상된다.
◇ 원달러 환율 급등, 자본건전성 하락 우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강달러 현상은 은행 입장에서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9월말 1300원대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등의 여파로 1450원을 넘나들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환산금액이 늘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고 이는 은행 자본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은행 자본 비율이 떨어지면 결국 가용자본 여력이 떨어지게 돼 대출 취급 여력도 줄어든다.
정부가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로 한 가운데 가용자본 축소에 따른 대출 취급량 축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RWA 확대는 금융지주가 공을 들이고 있는 밸류업 정책에도 마이너스 요소다.
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주주환원율 제고다.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보통주자(CET1)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초과분만큼 주주배당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환율이 상승해 RWA가 상승하면 CET1비율이 하락해 배당 여력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RWA가 CET1비율 산정시 분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밸류업 정책이 정부가 주도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인 만큼 은행과 정부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지주와 은행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제외하도록 하는 자본규제 완화 조치를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적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환율 민감 업종이나 수입업체의 대출 건전성이 악화할 수도 있어 은행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환율 상승은 은행의 RWA에 대한 원화환산액 증가를 통해 총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예고…순이자마진 감소 전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은행 핵심 수익원이 대출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2회 연속으로 낮춘 후 올해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성장률과 장기간 지속 중인 내수 침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국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하 정책 속도 조절과 이에 따른 한은의 금리 인하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경기 상황으로 봐서는 지금 금리를 내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데, 이는 은행의 주 수익원인 대출 이자 축소로 이어진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은행은 대체로 이자부자산이 이자부부채보다 커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이익이 늘어나고 반대로 떨어지면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낙폭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장금리에 이미 기준금리 인하가 선반영 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기준금리 추세로 전환됐으나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하고 있어 NIM 감소폭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거세진 상생금융 압박…수익성 후퇴 가능성
은행에 대한 상생 압박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 자산 증가, 이후 고금리 시기 이자이익 확대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만큼 이익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라는 요구다.
정부는 은행이 고금리 장사를 통해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며 사회 환원을 압박했다.
이에 당시 출연 여력이 있는 은행들이 총대를 메고 최소 1000억원의 이상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정부 압박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 재원을 편성, 집행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올해 역시 상생금융 압박이 만만치 않다. 정치권은 이전까지 은행 고유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던 가산금리 산정 방식도 건드리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대표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은행 가산금리 산정시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료 등을 포함하지 못하게 한다.
개정안 발의 의원들은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기업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반면 은행권 이자 수익은 크게 증가했다”며 “은행이 각종 법정 출연금과 예금 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 보험료까지 대출금리에 넣어 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한 것이 한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조원 이상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고, 그만큼 금리를 내릴 수 있다.
가산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금리가 내려가게 되고 이는 결국 은행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정안 자체가 은행권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졌다”면서 “이전에 더불어민주당이 도입을 주장했던 ‘횡재세’와 비교하면 한층 온화하고 은행권도 상생금융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치권이 은행의 신사업 지출 문턱을 낮춰주고, 해외 진출시 인허가 문제에 힘을 보태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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