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요동치고 있다.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관련주들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빅테크 기업 주가 ‘폭락’…글로벌 시장 휘청
2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챗GPT(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무려 17% 폭락하며 하루 만에 5,89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인공지능 특수로 각광받던 다른 반도체·AI 관련주들도 연쇄 하락을 피하지 못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15% 급락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3.1%나 떨어지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노출이 적은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비교적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오라클을 비롯해 브로드컴, 마블테크놀로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은 두 자릿수 폭락을 면치 못했다. 대만의 TSMC,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 영국의 에이아르엠(Arm) 등 반도체 업계 전반도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번 폭락 사태의 중심에는 중국이 개발한 신형 AI 모델 ‘딥시크’가 있다. 딥시크는 기존 인공지능 선두주자들의 막대한 훈련 비용과 달리, 단 560만 달러 투자만으로도 생성형 AI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내 앱 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딥시크 앱이 최상위권에 오르면서, 중국발 AI가 전 세계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의 GPT-4 훈련에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는 샘 올트먼의 발언이나, 앤스로픽(Anthropic)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가 “일부 모델은 10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라고 언급했던 점을 미루어 보면, 딥시크의 ‘초저비용·고효율’ 전략이 혁신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고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하지 않고도 대형 언어 모델(LLM) 트레이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딥시크 돌풍, 중국 AI 굴기의 신호탄?
딥시크 돌풍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기술패권을 흔드는 중국의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기술 수출 규제와 공급망 재편(디커플링·디리스킹)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역으로 중국이 자급자족형 기술 개발에 매진하게 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일시적 충격으로 그칠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위협하는 장기 변수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AI 분야 투자와 기술 발전이 각국 정부의 관심사인 만큼, 저비용으로 첨단 성능을 구현한 딥시크 사례는 다른 기업들과 국가들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발 기술혁신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주가 폭락은 AI 시장을 이끌던 주축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렸지만,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 자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공산이 크다. 향후 빅테크 및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강력한 성능을 내세운 AI 모델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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