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챔피언은 너무 먼 얘기고, 일단 랭킹(15위) 안에 들겠다."
국내 종합격투기계의 큰 기대감이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고석현(32)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큰 목표를 잡는 대신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 입지를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석현은 한국인으로는 22번째로 UFC에 입성한 파이터다. 지난해 9월 열린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 메인 이벤트 웰터급 경기에서 이고르 카발칸티(브라질)를 꺾고 꿈에 그리던 UFC와 계약에 성공했다.
판정승이었지만 당시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당신의 격투 스타일과 용기에 감명받았다"는 격찬을 받을 정도로 큰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UFC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는 고석현은 "UFC와 4경기 계약을 맺었는데, 최소 3승 이상을 따내 재계약한다는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매 경기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였다.
◇ "유도 선수 출신, 국내 최초 삼보 세계선수권 정상에 서다"
고석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운동선수의 길을 걸었다. 이후 엘리트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대학 시절 유도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고석현은 "유도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똑같이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싫어 그만두고 군대를 갔다. 전역 후 무엇을 할지 고민했는데, 이전부터 관심 있던 격투기가 눈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유도, 레슬링, 주짓수 등 다른 종목을 병행해 경쟁력을 키운다. 유도가 베이스였던 고석현은 같은 팀에 있던 이상수의 소개로 삼보에 입문했고, 2017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삼보연맹(FIAS)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선수로는 첫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고석현은 "뛸 수 있는 종합격투기 대회 자체가 많지 않아 실전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삼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갔는데 운 좋게 한국인 최초 우승 타이틀을 따게 됐다.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 싶다"며 웃었다.
자신감을 채운 고석현은 국내 격투기 단체 AFC 소속으로 뛰면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웰터급과 미들급 두 체급을 석권하며 챔피언 벨트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고석현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렸다.
고석현은 "컨텐더 시리즈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계속 경기가 잡히지 않았다. 경기 2주를 남겨놓고 상대측 사정으로 갑자기 취소된 적도 있었다. 이래저래 답답했는데 갑자기 UFC에서 연락이 왔고,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출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고석현은 우승을 차지하며 UFC 진출에 성공했다.
◇ "이정원 감독과 김동현, 격투기 인생 은인…보답 위해 잘 할 것"
UFC 계약을 따냈을 때 고석현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떠올랐다. 이정원 감독과 '매미킴' 김동현이다.
이 감독은 고석현을 종합격투기 세계로 이끌었고, 김동현은 '파이터' 고석현을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하면서 성장을 돕고 있다.
고석현은 "저의 격투기 인생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주고 계신 두 분께 너무 감사했다.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운동할 수 있었을까 싶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원 관장님은 결혼도 하셨고 자녀도 있는데 저와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동현이 형은 전지훈련도 같이 가주시고 멘탈도 잡아주시면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 두 분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UFC에서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겨우내 고석현은 김동현과 함께 미국과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과정은 김동현의 유튜브 채널에 고스란히 담겼는데, UFC 선수로 활약했던 김동현은 자신의 인지도와 인맥을 활용해 현역 UFC 스타들과 만나고 훈련을 함께하며 고석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기도 했다.
고석현은 "정상급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삶 자체가 운동이라는 걸 느꼈다. 쉬어야 하는 부상을 달고 있음에도 항상 체육관에 나오는 모습이나 운동에 임하는 태도에서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 "차분히 UFC 데뷔전 기다려…나만의 무기 개발 중"
유도식 테이크 다운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고석현은 "상대를 멋지게 던질 자신은 있다"면서 "상대와 가까이 붙었을 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충분히 어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 서브미션 승이 없다.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 타격도 키가 작고 리치가 짧은 편이라 불리하지만 스텝과 헤드 무빙을 살려서 보완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컨텐더 시리즈 이후 4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고석현의 UFC 데뷔전은 잡히지 않았다. 처음엔 급한 마음에 재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분히 훈련하면서 데뷔전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고석현은 "동현이 형 유튜브에서 얼굴을 비추다 보니 많은 분이 DM 등으로 응원을 보내주신다. 응원에 보답하는 길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반드시 좋은 결과로 팬들께 인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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