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어떤 지식은 버려야 한다. 그걸 자연스럽게 폐기하는 것이 망각이고, 의식적으로 버리는 것이 정리다."
'사고(思考) 정리학'의 저자로 유명한 일본 언어학자 도야마 시게히코(外山滋比古·1923∼2020) 교수가 1983년 출간한 '생각의 도약'(페이지2)이 42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평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주제로 저술 활동을 한 도야마 교수는 이 책에서도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도야마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지식을 단순히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정리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식한 사람이 생겨난다"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 많은 현대인을 통렬히 비판한다.
도야마 교수는 자신이 계발한 '메타노트' 필기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습득한 정보를 '1번→2번→3번' 노트 순으로 세 번 옮겨 적으면 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고는 자연스럽게 숙성되고 체계화된다.
도야마 교수는 "3번째 노트, 즉 '메타노트'까지 살아남은 정보는 개인의 가치관과 관심사가 녹아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 노트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한다.
책 곳곳에는 도야마 교수가 평생 정리한 사고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그는 "진정한 정리는 1차적 사고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질적 변화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사고와 착상을 밥 먹듯 해도 그것만으로는 2차적 사고로 승화되지 않는다"며 사고를 재구성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와 함께 "지식의 선별과 정리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라고도 강조한다.
책은 단순히 사고법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사고를 성찰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도야마 교수는 독자들에게 사고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성을 다시금 생각할 계기를 제공한다.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기계의 손이 닿지 않는, 혹은 닿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성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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