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킴, 너를 만나

폴킴, 너를 만나

엘르 2025-01-28 00:00:02 신고

지난해에는 폴킴에게 행복한 일이 많았어요. 데뷔 10주년과 동시에 결혼까지
잊을 수 없는 해라 아쉬운 건 별로 없어요. 다만 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외부 활동을 거의 못 했어요. 누군가 폴킴이 결혼하고 은퇴했냐고 하던데, 저도 남모르게 바빴어요(웃음).

〈눈물의 여왕〉 OST ‘좋아해요’를 비롯해 한지민 배우와 부른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릴래요’ 등 프로젝트 싱글 앨범을 공개하기도 했죠
부지런히 앨범 작업과 곡 수집에 몰두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너무 조바심 내지 않고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명 때부터 앨범을 쉴 틈 없이 만들어온 터라 여유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브라운 세트업은 Ami. 이너 티셔츠는 Coach. 화이트 & 블랙 스니커즈는 Marni.

1월 21일에 발매될 〈Sincerely Yours〉(10th Anniversary Edition)도 준비했겠군요. 음악과 함께한 10년이 나에게 안겨준 것은
처음에는 10년이 대수인가 싶었어요. 선배들은 20~30주년을 기념하는데 10주년은 너무 ‘아기’ 같잖아요. 계속 신인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문득 1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건 누군가 내 음악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너무 감사할 만한 일이라는 마음에서 모든 게 시작됐어요. 이 앨범이 듣는 이의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곡의 제목 끝에 ‘너의 것’이라는 뜻의 ‘Yours’를 붙였어요.

무려 서른 곡을 녹음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많이 담을 생각이 없었어요. 1년 만에 일이 커졌죠. 지난해 4월부터 스크래치와 악기, 장비 등 모든 것을 바꾼 상태로 기존곡과 신곡을 재녹음했어요. 마이크도 두 개나 새로 마련했죠. 갖고 싶었던 것과 즉흥적으로 구매한 것까지, 두 마이크의 기능이 확실히 달라서 들어보면 차이가 느껴질 거예요. 제가 지금만큼 알려지기 전에 발매한 곡도 이 앨범에 실렸어요. 분명 그때는 최선을 다해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 다시 들으니 아쉬운 부분이 선명히 보이더라고요. 당시의 부족한 나를 지금의 내가 보강한다는 느낌으로 녹음해서 새롭게 느껴질 겁니다. 꽤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바쁜 삶을 유지하며 9년의 열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9년의 세월을 견고히 유지한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서로 잘 맞았고, 유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서로에게 너무 당연한 관계였죠.

결혼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한 후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정말 많은 게 바뀌었죠. 우선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됐어요. 원래도 늦게 자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은 수면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제시간에 자고 일어나요. 식사도 건강식 위주예요. 아내와 집밥을 먹으면서 면역력도 좋아졌고, 덩달아 기분도 좋습니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마음속에 늘 불안이 자리하기 마련인데, 지금은 불안이 당장 해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삶의 작은 부분이 됐죠.

핑크 레더 코트는 Coach. 화이트 셔츠와 아이보리 브이넥 니트는 모두 Polo Ralph Rauren. 패턴 모자는 From Arles.

보다 안정된 삶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일에서 성과를 보이거나 큰돈을 버는 삶만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지만, 삶의 가치는 바라보기 나름이더라고요. 욕심을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내 행복의 기준이 명확하면 덜 불안하다는 사실을 알았죠. 이렇게 말하고 한 달 뒤에 엄청 불안해할 수도 있어요. 지금 제 호르몬이 최상의 상태일 수도 있고요(웃음).

그 행복은 어떤 순간에 찾아오나요
아침에 아내와 샐러드를 꼭 먹어요. 토핑을 다양하게 얹어서 빵과 함께 코끼리처럼 왕창 먹죠. 둘이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배부르게 먹은 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때예요. 새삼 샐러드 한 끼에 이토록 행복할 수 있음을 느꼈어요. 다른 데서 굳이 행복을 찾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도요.

폴킴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요
노력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사랑이 아닐까요? 서로 같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사랑이 존재하는 거라 믿어요.

한편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나요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할지 말지 고민하는 길…?

체크 패턴의 셔츠와 타이, 재킷, 팬츠는 모두 Ernest W. Baker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앵클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그럼 이제 폴킴 부부의 케미스트리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제가 패널로 나갔을 때 MC 분들이 제안하시더라고요. 다들 처음에는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좋아하더라는 말을 하면서요. 아직은 계획에 없습니다(웃음).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팬덤 ‘폴인럽’과의 소통창구도 열었습니다. 함께 연탄봉사도 다녀왔죠. 이렇듯 가깝고 친구 같은 팬과의 관계에서도 사랑이 엿보여요
결혼으로 관심을 잃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가 컸어요. 결혼 발표 다음날 행사장에서 결혼 축하한다는 푯말을 들고 응원해 주는 팬들을 봤죠. 그날이 제가 팬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된 전환점이에요. 정말 고마웠고, 조건 없는 사랑을 느꼈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했던 부분을 팬들이 진심으로 축하하고 받아들여주니까 가수로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기 조심스러워요. 모든 건 혼자만의 의구심과 걱정 때문이라는 걸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웃음).

팬들이 가수 폴킴과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군요
사교적이지 못해 다수의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지만, 팬들과는 가깝게 지내고 먼저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서 연탄봉사 후 회식 자리에서 ‘소맥’을 ‘말아 드리기도’ 했습니다.

곧 있을 단독 콘서트로 여러 나라를 찾을 예정이죠
2월 초 서울에서 시작해 도쿄, 오사카, 방콕, 자카르타까지 돌아볼 계획입니다. 여러 공연으로 이렇게 나라를 연달아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 기대돼요. 서울 공연 무대는 소극장에서 이뤄질 거예요. 예전에는 밝은 분위기까지 두루 갖췄다면, 이번에는 발라드곡에 맞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더욱 응집력 있고 밀도 높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핑크 레더 코트는 Coach. 화이트 셔츠와 아이보리 브이넥 니트는 모두 Polo Ralph Rauren. 네이비 쇼츠는 Tommy Hilfiger. 패턴 모자는 From Arles.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 전역에 송출되는 인도네시아 프로그램 〈3-Hours News〉에서 K팝에 관한 대화를 나눴죠. 어떤 경험이었나요
늘 의문이었어요.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해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지금, 저는 주로 발라드곡을 부르는 가수로서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사가 얼마만큼 와닿을지 가늠할 수 없었거든요. 발라드곡은 가사 전달이 중요해서 늘 의문이자 고민이었죠. 드라마 OST 음악을 들을 때는 드라마 속 인물과 장면을 떠올리기 때문에 당연히 서사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발라드곡은 가사를 완벽히 이해해야 풍부한 감정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해외 팬들에게 발라드곡을 잘 들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죠.

폴킴만의 감성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요
제가 워낙 감성적인 성향이라 감성이 잘 유지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내 감성은 애매모호함이에요. ‘사랑해’와 ‘사랑해도 될까’의 중간 어디쯤, 항상 이도 저도 아닌 감정선에 머물죠. 애매모호한 성향이 사람들의 호불호를 극단적으로 가릴까 봐 걱정도 했어요. 그렇지만 모든 인간은 이 애매모호한 감정을 반드시 느낀다고 생각해요.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세상에는 다채로운 감정이 존재하죠.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까지도요
서양권 사람들은 표현이 직설적이라 ‘서운하다’는 감정을 명확하게 뜻하는 영어 표현이 없대요. 그럼에도 분명 그들도 서운함을 느낄 거거든요. 이 감정은 관계에서 생겨나는 감정이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런 애매한 감정에 얽힌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블랙 재킷은 Jacquemus. 이너 레드 & 블랙 스트라이프 톱과 데님 쇼츠, 아이보리 삭스는 모두 Valentino. 스니커즈는 Valentino Garavani.

2023년 〈엘르〉 인터뷰에서 “내 음악적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됐나요
흠, 구체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여전히 다채롭게 시도하고 있어요. 앞으로 1~2년 동안 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여러 가지를 해보고 흔들리는 줄을 찾아가야죠. 낚시처럼!

대중을 위한 노래와 별개로 내 마음에 드는 노래를 공개하지 않고 품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지금껏 하고 싶은 것을 다 만들고 공개했어요. 그래서 실수처럼 여기는 곡도 있죠. 결과를 떠나 만족스럽거나 그렇지 못한 게 있지만, 그 부분까지도 나이니까 인정합니다!

내가 하는 음악에 솔직하고 싶은 거군요
그렇죠. 제 가장 큰 욕구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거예요.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지만 불행하게도 만드는 것.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얘가 자꾸 저를 아프게 하더라고요(웃음)! 다시는 쳐다보기 싫다가 어느 순간 내 앞에 또 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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