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차기 대선에서 양자 대결을 가정해 누구를 뽑을지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각각 맞붙었을 때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양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수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을 국정운영 평가가 아닌 정치대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朴 탄핵 때 ‘보수지지 고민’ → ‘진영 대결’로 인식 변화
25일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 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 이 대표와 오 시장, 이 대표와 홍 시장이 각각 41%로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대표는 42%, 김 장관 38%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603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6%)한 결과와 비교해 양자 대결 격차가 확연히 좁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이 조사의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37%)-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9%), 이재명(37%)-오세훈(28%), 이재명(38%)-홍준표(28%), 이재명(38%)-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23%) 구도였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치권은 이 같은 여론 흐름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 대선 주자에게 크게 뒤졌던 것과 차이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이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유권자들이 탄핵 뒤에도 계속 보수를 지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숨김없이 표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 이사는 그러면서 “다자 구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양자 구도에서 비슷하게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비상계엄과 탄핵에도 보수 유권자들 다수가 이번 대선을 진영 대결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선을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해선 안 되는 정치적 대결장’으로 보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지금은 큰 의미 없어…추이가 중요”
민주당은 이 대표와 여권 후보들이 초박빙의 결과를 보인 양자 대결 결과에 대해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가상 대결 결과는 현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예상보다 보수 진영의 결집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긴장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비호감층’이 두터운 이 대표의 한계가 갈수록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높은 비호감로 당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보수 유권자의 결집도가 강한 만큼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대 청년층에서 이 대표에게 앞서고 있다는 몇몇 여론조사에 대해 “추이가 중요할 뿐이다”며 미리 흥분하거나 낙심할 필요 없이 차분한 준비가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27일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지지자들이 SBS 설여론조사와 YTN 여론조사에서 20대의 홍 시장 지지율이 높다고 뿌듯해하자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며 “경향성(추이)만 보면 된다”고 견해를 붙였다.
李, 대통령 적합도 31%, 비호감도 47% 모두 1위
한편 이번 YTN 여론조사에서는 양자대결이 방식이 아닌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가 이 대표를 선택했으며, 김 장관 14%, 홍 시장 9%, 한 전 대표 7%, 오 시장 5%로 집계됐다. 비호감도 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47%를 기록했으며, 김 장관과 오 시장은 각각 13%와 10%로 나타났다.
다만 이념 성향 ‘중도’ 응답자에서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경쟁자들에게 15% 포인트 넘게 앞섰다. 이 대표와 오 시장의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는 49%, 오 시장을 32%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홍 시장의 양자 대결에서는 이 대표 49%, 홍 시장 34%, 이 대표와 김 장관의 양자 대결에서는 이 대표가 52%, 김 장관이 26%를 기록했다.
20~30대는 성별에 따라 지지후보가 달랐다. 20∼30대 여성은 이 대표에게 남성은 오 시장과 홍 시장에게 더 투표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60%)는 30대 여성에서도 오 시장(21%)을 앞섰지만, 30대 남성은 오 시장(53%)이 이 대표(21%)보다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
이 대표와 홍 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18∼29세 지지도는 이 대표 남성 13%-여성 53%, 홍 시장 남성 65%-여성 21%로 남녀가 엇갈렸다. 30대도 이 대표 남성 23%-여성 55%, 홍 시장 남성 63%-여성 29%으로 나타났다.
40대와 50대는 이 대표가,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오 시장과 홍 시장의 지지도가 앞섰다. 이 대표와 오 시장 양자 대결에서 40대 이 대표 58%-오 시장 28%, 50대 이 대표 50%-오 시장 37%, 60대 이 대표 34%-오 시장 56%, 70대 이상 이 대표 27%-오 시장 53%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홍 시장의 양자 대결은 40대 이 대표 59%-홍 시장 30%, 50대 이 대표 51%-홍 시장 36%, 60대 이 대표 35%-홍 시장 46%, 70대 이상 이 대표 27%-홍 시장 47%으로 집계됐다.
정권 연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47%가 '정권 교체'를, 45%가 '정권 연장'을 선택해 차이가 크지 않았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2%, 민주당 38%,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진보당 1%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9.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