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개혁신당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이준석계 지도부가 강행한 당원소환 투표 결과 90% 이상이 허은아 대표의 퇴진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허 대표는 당 대표직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허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원소환 투표 결정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당원소환 투표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며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준석 의원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당권을 놓고 벌어지는 힘 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개혁신당의 지지율은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으며, 대권을 꿈꾸는 이준석 의원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은아 퇴진' 91.93% 찬성.. 천하람, 당 대표 권한대행
허 대표 "당원 소환 투표 원천 무효".. 가처분 신청
개혁신당 지도부는 26일 당원소환 투표 결과 91.93%의 찬성으로 허은아 대표가 대표직을 상실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공보실에 따르면 이번 당원소환 투표에는 총 2만1694명이 참여(투표율 87.93%)해 찬성 1만9943표(91.93%), 반대 1751표(8.07%)로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 결과가 가결됐다.
또,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 역시 찬성 2만140표(92.84%), 반대 1554표(7.16%)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천하람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들의 의지는 명확하다. 이제 당대표 허은아와 최고위원 조대원은 소환되어야 된다는 것"이라며 "한 마음 한 뜻으로 당원들의 뜻을 잘 따라서 당원들께서 바라시는 것처럼 정말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천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해임 투표(당원소환제) 실시와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또, 천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안도 함께 의결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하게 이 같은 의결을 진행한 배경으로 허 대표가 전날(20일) 최고위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무감사위원회 출범을 일방적으로 의결했다는 것을 들었다.
이후 실시된 당원 투표에서 결국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이 가결된 것이다.
반면 허 대표측은 당원소환 투표는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정국진 선임 대변인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호소인 천하람 사모임이 방금 전 발표한 투표 결과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며 "공당은 법과 당헌당규를 지켜야만 한다. 법도 당헌당규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의 당 대표는 여전히 허은아이고, 최고위원은 조대원·천하람·이기인·조용진·정성영, 사무총장은 류성호"라고 말했다.
아울러 허 대표 측은 21일 최고위 회의 자체가 무효라며 지난 24일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가처분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기로 했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되면 21일 이뤄진 의결은 효력을 잃게 된다.
허 대표는 26일 이준석 의원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우리 당에서 구태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윤핵관'과 다수 당원이 이준석 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으셨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파시스트적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 등 이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2022년 8월 기자회견 발언을 소환해 "그때의 개혁가는 어디로 갔냐, 과거의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냐"고도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준석 의원에게선 당시의 윤석열만 보일 뿐이다. 부디, 법과 원칙을 지키시라. 국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고 지적했다.
동시 최고위 개최하며 사실상 분당 상태.. 고발전도 이어져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이 사실상 분당 상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2일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허은아 대표는 이날 오전 조대원 최고위원, 정성영 정책위의장과 함께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고,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선 천 원내대표를 비롯해 허 대표가 해임했던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철근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 등 이준석계가 참석했다.
이와같은 개혁신당의 내홍은 허 대표가 이준석 의원의 핵심 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허 대표측은 김 전 사무총장이 아무런 보고 없이 사무총장 권한 확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해 경질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준석 의원은 허 대표를 향해 '결자해지'를 요구했고, 천 원내대표 등 이준석계 지도부는 당시 최고위에서 허 대표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당헌 개정을 의결하며 맞대응에 나선다.
내부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 7일 대변인단 전원이 사퇴하며 허 대표에 대한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8일 "현재 지도부 일부 인사의 비정상적 당 운영으로 대부분의 당직자가 사퇴한 상황"이라며 "이 상황을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인사들에 대해 당헌에 명시된 당원소환제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며 당원소환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허 대표는 퇴진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지난 10일 친이준석계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구 의원을 새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다.
또,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는 이준석 의원의 부하가 아니다"며 "개혁신당은 '이준석 사당'이 아니다. 이 의원은 더 이상 상왕 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허 대표는 "이준석 의원은 직접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정책에 손대지 마라' '제발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까지 했다"며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며 자괴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이번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천 원내대표와 이준석 의원 등이 투표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고발한 것.
허 대표 측 이병철 변호사는 25일 언론에 보낸 공지를 통해 "불법 당원소환(대표 해임) 투표와 관련된 당원명부 불법 유출사건에 대해 공수처에 고소·고발했다"며 "이 의원, 천 원내대표, 사설 투표용역업체, 기타 가담자 전원이 피의자"라고 했다.
고소·고발장에 적힌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개혁신당 대표실도 공지를 통해 "불법적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당원소환 투표는 법적으로 무효"라며 "개인정보에 동의한 적 없는데 소환투표하라는 링크를 받은 분들은 증거를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4%대 중반 지지율 1.0%로 추락.. 이준석 리더십에도 물음표
개혁신당 내분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4주 차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9%P 낮아진 1.0%로 나타났다. 이는 진보당과 같은 수준이다.
개혁신당 지지율은 10월 5주차에 4.5%, 12월 1주차에도 4.3%를 기록했으나 당 내홍이 본격화되자 2%대로 주저 앉았고,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는 1%대를 기록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개혁신당 내홍은 결국 이준석 의원의 대권 가도에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석수가 3개에 불과한 작은 당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리더십으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인규 변호사는 13일 YTN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이 이낙연 대표와 합당했다가 분당을 하면서 본인들만의 세력을 꾸린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천아용인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이준석이 메이킹한 것인데 이제 천하람 의원하고 이기인 의원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이준석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역량을 많이 보여 왔지만 결국 정치는 세력이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역할이 국민 통합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의원에게 부족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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