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뼈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 참혹한 가자지구 실종자 수색 현장

'딸의 뼈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 참혹한 가자지구 실종자 수색 현장

BBC News 코리아 2025-01-27 14:51:38 신고

3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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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알-다베가 딸 아야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다. 알록달록한 아동용 책가방, 운동화, 옷가지부터 구멍 나버린 강철 냄비나 침대, 의자, 밥솥, 전등갓이었던 것들, 유리창이나 거울, 컵 조각까지 모든 게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산산조각 나고 먼지에 뒤덮인 채 나뒹구는 이 물건들은 표식으로 활용된다. 그 근처 잔해 밑에 깔린 죽은 자의 유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 최남단 라파의 '응급 및 구급 서비스' 책임자인 하이탐 알-홈스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라파에서 철수한 이후 집 잔해 밑에 친지의 시신이 있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150건 정도 접수되었다"며 말을 꺼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현재 약 1만 명 정도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지상에서 보기에 옷가지와 같은 뚜렷한 표식이 없을 경우 친지나 이웃들의 제보에 의존하거나, 건물 잔해에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쫓아 수색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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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의 하이탐 알-홈스 '응급 및 구급차 서비스' 책임자

이스라엘 정부는 BBC를 비롯한 국제 뉴스 매체가 가자 지구에 독립적으로 진입해 보도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에 실종자 수색 참여자와 같은 이들의 경험을 담고자 BBC는 신뢰할 만한 현지 언론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홈스 책임자는 매일 일과를 마치며 그날 찾아낸 실종자 명단을 업데이트한다. 홈스와 팀원들은 조심스럽게 건물 잔해를 뒤진다. 흩어진 유해의 조각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한가득 쌓인 뼈만 발견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고성능 폭탄이 터지면서 많은 사망자 시신이 산산조각 나고 짓이겨졌기 때문이다.

홈스 책임자는 수습한 뼈와 옷 조각을 하얀색 시신 가방에 넣고 그 위에 아랍어로 'majhoul(마즈홀)'이라고 적었다. '신원 불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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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의 잔해 속에서 발견된 유해 일부

피난을 떠났던 오사마 살레는 휴전 이후 고향 라파로 돌아왔다가 집안에서 유골을 발견했다. 두개골은 부서진 상태였다. 살레는 이 시신이 그곳에 4~5개월간 방치되어 있었다고 추정한다

살레는 "우리도 감정을 지닌 인간 …"이라면서 "얼마나 이 비극이 참혹한지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이들이 사망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종종 증언하듯, 매일 시신 부패 냄새를 맡는 상황에 감정이 크게 동요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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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라파로 돌아온 오사마 살레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유해를 발견했다

살레는 "시신의 상태는 참혹하다. 우리 눈앞에 공포가 펼쳐져 있다"면서 "정말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한편 주민들은 가족의 유해를 찾고자 병원을 찾기도 한다. 가자 지구 남부 '유러피안 병원'의 안뜰에는 유골과 옷가지들이 시신 가방에 담긴 채 널려 있다.

자키는 라파에 살다 샤보라에서 실종된 조카 압둘 살람 알-무가이어(19)를 찾고 있다고 했다. 샤보라 지역은 전쟁 중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할 곳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조카를 찾으러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자키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유골과 옷가지가 실종된 조카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병원 직원인 지하드 아부 케리스와 함께 조카의 친형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아부 케리스는 "이 시신이 알-무가이어임이 99% 확실하지만, 실종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친형의 확인이 필요하다. 발견된 바지와 신발이 실종된 알-무가이어의 것이 맞는지 최종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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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압둘 살람 알-무가이어의 친형이 유해와 함께 발견된 옷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이내 가자 지구 남부에 있는 알 마와시 난민촌에 지내던 친형이 현장에 도착했다. 친형의 휴대전화에는 동생의 생전 사진 및 착용하고 있던 운동화 사진이 있다.

우선 시신 가방 앞에 무릎을 꿇고 덮개를 벗겼다. 두개골과 옷가지를 어루만졌다. 신발도 확인했다. 친형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신원 확인 작업은 끝이 났다.

한편 늘어선 시신 가방을 따라 움직이는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아들, 성인인 여성, 어린 아이 1명이 함께였다. 할머니와 아들이 시신 가방의 덮개를 벗기고 살펴보는 동안 아이는 이들 뒤에 서 있었다. 몇 초간 시신 가방 안을 들여다본 이들은 슬픔에 잠긴 채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 후 병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모두 눈물을 훔치고 있었지만 크게 소리 내 우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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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였던 아야 알-다베는 학교 건물에서 살해당했다

13살 소녀였던 아야 알-다베의 가족은 다른 피난민 수백 명이 함께 북부 가자시티의 탈 알-하와 소재 학교 건물에서 지내고 있었다. 알-다베를 포함해 9남매였다.

유가족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날, 알-다베는 위층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이스라엘 저격수가 쏜 총에 가슴을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자신들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하마스가 민간인 지역에서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비난한다. UN 인권 사무소는 전쟁 기간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집중 사격으로 비무장 행인을 포함한 명백한 불법 살인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가족들은 알-다베를 학교 건물 옆에 매장했다. 어머니 리나(43)는 무덤이 파헤쳐져 "비와 태양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고자" 딸의 시신을 담요로 감싼 뒤 매장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이 학교 건물을 점령하자 리나는 아들 둘과 딸 둘을 데리고 더 남부로 도망쳤다. 남편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길을 떠난 상태였다.

리나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딸의 유해를 수습해 제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대로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딸은 매우 착한 아이였고 모두에게 사랑받았다"는 리나는 "딸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던 아이였다. 학업과 선생님들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학교 공부도 아주 잘했다. 모두에게 선한 아이였다"고 덧붙였다.

최근 휴전이 타결되며 리나는 북부에 사는 친지들에게 딸의 무덤을 확인해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들려온 소식은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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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 저장된 아야 알-다베의 사진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

"머리와 다리가 분리되었으며, 갈비뼈도 다른 곳에 흩어져 있다"는 소식이었다.

리나는 "딸의 무덤을 살피러 갔던 지인이 충격을 받아 사진을 보내왔다"고 했다.

"사진을 봤지만, 어떻게 딸의 시신이 무덤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개들이 딸의 시신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신경이 곤두섭니다."

찾아온 친지들은 알-다베의 유골을 수습했고, 리나와 가족들은 북부로 가 딸의 유해를 챙겨 제대로 매장할 예정이다.

리나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슬픔과 답이 없는 의문만이 남아 있다.

아이를 잃은 다른 가자 주민들도 품고 있는 의문이다.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부모로서 이들이 과연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

리나는 "나는 딸을 데려올 수 없었다"면서 "아이의 시신을 어디로 데려갈 수 있었겠나"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말락 하수네, 앨리스 도야드, 아담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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