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본의 연간 수출액이 역사적인 엔화 약세의 덕을 보며 사상 최대치인 107조 엔(약 6858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일본 재무성이 1월 23일 발표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관련 산업이 수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일본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미국은 여전히 일본의 최대 수출국으로, 이는 일본 경제가 향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본 무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24년 일본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며, 이는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처음으로 집계된 197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편, 일본의 무역 적자는 5조3300억 엔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전년에 비해 44% 감소했다.
2024년 엔화는 연평균 환율 기준으로 달러당 150.97엔까지 하락하며 전년 대비 7.7%의 약세를 보였다. 이는 일본 수출액 증가에 크게 기여했으나, 실제 수출량은 감소했다. 수출량을 나타내는 무역 지수는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2.6% 하락한 102.9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다. 과거에는 엔화 약세를 기회로 제품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한 가격 인하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여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전략이 선호되고 있다.
2024년 일본의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의 597만 대에서 580만 대로 감소했지만, 수출액은 3.7% 증가했다. 이는 대미 수출용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 덕분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21조30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며,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이 각각 3.1%, 14.5%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3.9% 감소한 9조9700억 엔으로, 4년 만에 다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 수출 외에도 광산 기계와 철강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미즈호 리서치앤테크놀로지의 수석 경제학자 히가시후카자와 다케시는 "엔화 약세를 고려하면 일본의 대미 수출이 강력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수출의 구조적 약점과 더불어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이 일본 전체 수출 산업의 중심축인 만큼, 관세 인상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속에서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둘러싼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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