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관세·세금 전쟁을 전 세계에 선포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국내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무역관세 행정명령에서 한국은 다행히 피해 갔지만,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천명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수출전선은 초비상 모드다. 일단 트럼프 2기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산업계는 트럼프발 첫 유탄을 피했으나, 조사 결과에 따라 산업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韓 산업계, 글로벌 관세 전쟁 '촉각'…희비 엇갈리는 산업별 기상도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고강도 관세 정책을 예고해왔다. 이번 행정명령에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관세 인상 가능성은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편 관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이른 시일 내 부과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보편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에 10~20% 관세를 일률적으로 매기겠다는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수출 상승을 주도했던 자동차와 2차전지 산업은 올해 전망이 '흐림'이다.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이 위협요인이다. 수출 역시 지난해보다 3.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편 관세 도입 시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산 자동차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 중이다. 실제 트럼프 1기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무관세 부과를 검토한 바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
2차전지 역시 전망이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 온 대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국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후 배터리 수출은 최대 25.2%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과 석유화학업, 건설업의 기상도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철강은 관세 부과 및 수입 쿼터 축소 가능성이 우려된다. 철강업은 이미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침체 상황이다. 실제 트럼프 1기 때도 한국산 철강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대미 수출량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에서도 한국산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은 수요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는 중국 부동산과 건설경기 회복이 더딘 만큼 올해 전망이 어둡다. 특히 지난해 중국 신규 부동산 착공 면적이 전년비 75% 이하로 감소하는 등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가 높게 이뤄질 경우 우리 업계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중국 완제품 제조업체들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석유화학업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바이오·조선 등 맑지만…고환율 악재는 다수 산업에 변수로 작용
반면 트럼프 2.0 출범으로 수혜를 입는 업계도 있다.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조선업은 '맑음'으로 예보됐다. 미국의 화석연료 부흥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게 되면 건조·수리·선박 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산업 역시 트럼프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기조, 유럽연합(EU)·미국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기회가 많아졌다는 측면에서 기상이 맑다. 특히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의 수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도체업계는 부정 전망과 긍정 전망이 상존한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AI(인공지능)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상승세가 기대된다. 다만 대중 수출 규제 압박을 비롯해 관세 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은 부정 요소다. 삼정KPMG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81% 성장한 데 더해 올해에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다만 '맑음'으로 전망된 업계도 '고환율' 악재는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산업별 협회 12곳을 대상으로 '고환율 기조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조선·자동차·기계산업 등 3개 산업만 '대체로 맑음'이고 기타 9개 산업은 모두 '흐림'으로 전망됐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반도체·배터리 산업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정유 산업도 고환율 지속시에는 환차손이 커져서 부담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업계에 상존하는 불확실성 등 트럼프 2기 시대의 변화와 관련해서 서로 윈윈(Win-Win) 하는 방안 모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 투자가 (결국)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것 아니겠나. 서로 윈윈 되는 것을 모색하겠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국익과 기업에 (이익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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