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 새 바람' 정성조 "제2의 비선출 선수 나와야…책임감 커"

'농구계 새 바람' 정성조 "제2의 비선출 선수 나와야…책임감 커"

경기연합신문 2025-01-26 12:58:00 신고

3줄요약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인 소노의 정성조가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뉴스1에 따르면 2024-25시즌 프로농구에는 '특별한 선수' 한 명이 있다. 고양 소노 신인 포워드 정성조(25)다. 그는 엘리트 농구 코스를 밟지 않고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최초의 '비선수 출신'(비선출)이다.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정성조는 코트 안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수원 KT전에서 잊지 못할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5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는 16점을 넣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농구계에는 비선출 선수라는 신선한 바람이 불었고, 일반인 정성조의 인생도 바뀌었다.

정성조는 "정말 큰 행운이 찾아왔다. TV로 보던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고 경기하는 게 신기하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농구 경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때도 '진짜 맞나'라고 놀라기도 한다"며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웃었다.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인 소노의 정성조가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3개월 만에 탈퇴해야 했던 농구부

정성조가 농구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는 함께 농구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유소년 농구교실에 가입했다. 매주 두 시간씩 두 차례 농구를 배우면서 농구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축구를 좋아했는데 농구를 배우기 시작한 뒤부터 농구만 줄곧 했다. 정확하게 슛을 던져야 하고, 많은 득점이 나오는 게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홍익대사범대학 중학교로 전학한 뒤에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정식 농구부에 가입했다. 당시 178㎝로 신장이 크고 농구도 제법 잘하던 정성조가 농구부 코치진의 눈에 쏙 들어왔다.

그러나 정성조가 농구부원으로 활동한 시기는 3개월뿐이었다. 꿈꾸던 농구선수를 너무 일찍 그만둔 데에는 무슨 사유가 있었을까.

정성조는 "청소년기였던 당시 양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격렬하게 운동할 때마다 발목이 너무 아팠다. 계속 농구선수의 길을 가려면 수술받고 1년을 유급해야 했다. 부모님께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며 반대하셨다. 결국 농구부를 나와 학업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농구공을 놓을 수는 없었다. 정성조는 틈틈이 친구들과 농구를 즐겨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를 힘들게 했던 발목도 더는 아프지 않았다.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농구 활동을 했다. 동호회에 가입해 수많은 대회에 참가했고, 스무 살부터는 3X3 농구를 했다. 선수 출신들도 뛰는 동호회, 3x3 농구에서 정성조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고, 나름 명성도 얻었다.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인 소노의 정성조가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프로 도전, 그 꿈이 이루어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던 정성조는 지난해 초 '국내 농구 레전드' 하승진과 전태풍이 기획한 '턴 오버' 프로젝트에 출연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KBL 드래프트 도전기를 다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농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KBL 드래프트는 일반인도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데, 정성조는 지난해 5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된 뒤 본격적으로 드래프트를 준비했다.

그는 "프로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꿈도 있었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도전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성조는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2024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호명됐다. 그는 일반인 실기테스트를 통과한 5명 중 유일하게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정성조는 "가능성은 50%라고 생각했지만, 2라운드 지명(총 20명)이 끝날 때까지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포기하고 있던 순간에 소노의 지명을 받았다. 호명된 뒤 단상에 올라간 순간까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꿈같은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인 소노의 정성조가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성공적 프로 데뷔,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소노 유니폼을 입은 정성조는 한 달 뒤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지난달 18일 펼쳐진 KT전에서 종료 직전에 코트를 밟아 출전 시간이 1분 44초로 짧았으나 3점 슛 한 개를 던져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정성조는 "형들이 잘해줘서 점수 차가 컸고, 내게도 기회가 왔다. 코트를 나가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으나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지금은 백업 선수지만 서서히 입지도 커지고 있다. 정성조는 출전 시간을 늘려갔고, 최근 두 경기에서는 모두 15분 이상을 소화했다. 그는 15일 현대모비스전에서 16점을 넣었고, 23일 창원 LG전에서도 10점을 기록했다.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슛 정확도가 뛰어나다. 정성조는 LG전까지 뛴 8경기에서 2점 슛 15개를 던져 12개를 넣었다. 성공률은 80%로, 2점 슛을 4개 이상 던진 선수 중 가장 높다. 또 올스타전 3점 슛 콘테스트에도 참가, 5위에 오르는 등 인상적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정성조는 "반짝 활약한 거다. 슛을 쏠 수 있는 수준으로 부족한 게 너무 많다. 훈련할 때 보면 나보다 훨씬 슛을 잘 넣는 선수들이 많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을 보면서 한 발짝이라도 더 쫓아가려 노력하는 중"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인 소노의 정성조가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경기를 뛸수록 프로의 높은 수준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정성조는 "동호인 농구와 프로 농구는 경기 템포와 몸싸움, 체력, 수비 등 차이가 많이 난다. 프로 농구는 완전히 다른 농구로,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정성조의 신체조건은 신장 191㎝, 체중 84㎏이다. 건장한 체격이지만,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력과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는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틈틈이 트레이너 선생님이 짜준 프로그램에 맞춰 운동하는 중이다. 최대한 농구선수의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체력 운동도 병행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성조는 스스로 "힘든 길을 걷는 중"이라고 표현했지만, 비선출 선수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은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는 "내가 잘해야 제2, 제3의 비선출 선수로 도전할 친구들이 나올 수 있다. 또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는 농구계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다짐했다.

 

Copyright ⓒ 경기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