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의 개인전 ‘더스트(DUST)’는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개성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전시를 관람하며 그 작품들이 가진 깊은 내러티브와 형식에 대한 관심을 더욱 크게 느꼈다. 파티의 작품은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에서 나는 매번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회화와 조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낸 공간의 흐름은, 나에게 예술의 다양한 형식이 한 공간 안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파티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가 사용하는 색채와 질감이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넘어, 물질과 형태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조각과 회화가 한 공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색의 흐름과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면은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자연과 인간, 그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깊이 해보게 되었다. 자연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은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고자 한다. 파티의 작품이 주는 인상은 바로 이 변화의 무상함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 ‘더스트’, 즉 ‘먼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변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작품으로서의 ‘더스트’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은 잔여물, 혹은 기억의 잔재로서 존재한다. 이는 내가 작품을 통해 느낀 시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존재이다. 파티의 작품 속에서 ‘더스트’는 단순히 물질적인 형상으로 존재하지 않고, 그 자체가 한 시대의 추억이자 변화의 단면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다. 이 벽화는 공간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며, 작품과 관람객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이 벽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그저 벽에 그려진 그림을 넘어서, 벽이라는 공간이 작품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듯한 상호작용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예술이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느끼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 작품의 유기적인 구성에서 나는 자신만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작품 속에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파티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그것을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로 변형해낸다.
나는 이 점에서 큰 자극을 받았다. 예술가는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파티는 전통과 현대, 물질과 비물질, 실험과 고찰을 넘나들며, 그만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해낸다. 이와 같은 창작의 과정은 나에게도 큰 도전이자 영감을 주었고, 나 역시 나의 작품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담아내고,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티의 작품이 내게 주는 감동은 단순히 시각적인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을 그 질문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전시를 통해 예술이 가진 깊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와 삶, 그리고 시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는 것이다. ‘더스트’라는 제목처럼, 예술은 우리에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게 하며 그 기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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