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설 연휴에 조부모 댁이 있는 대구에 가는 이 모 씨(27)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사수하리라 다짐한다. 이 씨는 "뉴스가 나오면 정치 얘기가 나올 텐데, 우리 집만 진보 성향이고 다른 친척들은 전부 보수 성향이라 싸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에 정치는 대화 단골 주제지만 올해는 너무 무섭다. 뉴스가 안 나오는 채널로 계속 돌려놓을 것"이라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맞은 설 연휴, 견해가 서로 다른 가족과 모이는 이들은 '정치 싸움'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하다. 탄핵과 12·3 비상계엄 선포,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 견해차가 극단적인 이슈들이 명절 밥상 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차를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아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들도 있었다.
'응원봉'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세 차례 참석했다는 박 모 씨(31)는 "평소에도 부모님이 설득하려고 해서 대화를 피해 오곤 했는데, 올해는 심하게 부딪힐 것 같아 아예 내려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너무 다른 생각을 확인해버리면 가족이라 더 실망하고, 그런데 가족이라 안 볼 수도 없어서 나중에 상황이 마무리되면 뵈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 현안이 명절 대화 주제로 등판했을 때,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현명하게 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소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명절마다 정치가 대화의 단골 주제가 되는 건 '집단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문화권의 특성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권이라 가족끼리도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편"이라며 "흑백논리로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하면 피로감과 서로에 대한 실망만 강해질 수 있으니 다양한 사고를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개인주의 문화보다 친밀도가 강한 문화라 가족이라면 더더욱 서로의 의견을 더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항상 중간쯤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의견만이 무조건 맞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말을 대화의 방향성으로 삼으려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시기에 맞는 이번 설에 정치 현안을 주제로 한 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유 교수는 "대화를 피한다고 견해차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사회적 입장이나 관계를 고려해 남과 하기 어려운 정치 관련 이야기를 오히려 편하게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가족 간의 대화"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번 설 만큼은 나 또한 너무 심각하게, 과하게 접근하고 있을 수 있으니 정치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건 조금 접어두면 좋겠다"며 "끊어질 수 없는 가족 관계에서 서로에 대해 낙인을 찍게 되면 상처는 더 클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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